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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찾기]38년 전 라면땅 들고 나간 막내딸…“죽기 전에 꼭 봤으면”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2 13:33

수정 2017.04.02 13:33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땅을 손에 들고 집 앞 가게에 간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습니다”
2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어머니 박모씨가 38년 전 잃어버린 막내딸 김보경씨(43)를 찾고 있다. 박씨는 “보경이가 실종된 지 어느덧 40년이 가까워져 간다”며 “지금도 눈을 감으면 보경이의 모습이 선명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3남매 중 막내딸인 보경씨는 부모, 언니, 오빠와 함께 행복한 가정에서 한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박씨 가족은 보경씨가 5살이던 1979년 부산 동래구 온천시장으로 이사했고, 재활용 고물상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같은 해 11월 5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진 날이었다. 좋아하는 라면땅을 손에 들고 가게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보경씨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박씨는 걱정스런 마음에 밖으로 나가 막내딸을 찾아 나섰으나 보경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박씨는 인근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후 박씨는 ‘고아원에 비슷한 아이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고 애타게 찾으러 다녔다. 언론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신문사와 방송국에도 의뢰했지만 오히려 아픔만 겪었다.

박씨는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또 다른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었다”며 “​신문사에서는 ‘아동을 찾았다’는 오보를 냈고, 방송국에서는 촬영을 위해 추억이 담긴 곰인형과 보경이가 부모님 이름을 직접 적은 글을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간이 흘러 박씨 부부는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희망도 점차 잃어갔다. 전국의 고아원을 찾아다니던 일도 접었다. 고아원에 방문할 때마다 ‘혹시나 우리 부모가 아닐까’라고 기대했던 아이들의 상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38년이 지나면서 당시 5살이던 보경씨는 올해 43살이 됐다. 하지만 박씨는 ‘혹시 아이가 입양돼 멀리 타국에 있지 않을까’ ‘누리꾼들의 도움을 받으면 딸과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박씨는 “보경이 양쪽 손끝에 사마귀가 참 많이 났었는데 사마귀는 잘 나았는지 모르겠다. 아이 얘기를 할 때마다 우울하고 고통스럽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어릴 때 군인 삼촌이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줬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1979년 11월 5일 부산 동래구 온천시장에서 실종된 김보경씨(당시 5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79년 11월 5일 부산 동래구 온천시장에서 실종된 김보경씨(당시 5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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