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 "한쪽 귀 없이 태어나.. 부모님과 밥한끼 먹고싶어"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7 16:58

수정 2017.03.07 16:58

27년전 생후 3일만에 군산 영아원에 맡겨진 최씨, 친부모 애타게 찾아
최동훈씨의 어릴적 사진(왼쪽)과 현재 모습.
최동훈씨의 어릴적 사진(왼쪽)과 현재 모습.

27년 전 전북 군산시에서 작고 예쁜 남자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다. 아이는 심장질환과 척추이상 등 선천적 장애가 있었다. 심지어 한쪽 귀도 없었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키우기 겁이 났던 부모는 아들을 영아원에 보냈고 아이는 그렇게 태어난 지 3일 만에 혼자가 됐다.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됐고 수차례 수술 끝에 건강도 되찾았다. 그리고 원망이 아닌 애틋함으로 그리운 부모를 찾아 나섰다.


최동훈씨(27)의 사연이다. 1990년 4월 3일 태어난 최씨의 본명은 최복례. 성인이 된 후 현재 동훈으로 개명했다. 최씨는 출생 3일 만에 군산에 있는 모 영유아 복지시설에 맡겨졌다.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선천적인 심장질환과 척추이상에 왼쪽 귀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워낙 갓난아기 때 버려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시설에서 보관하고 있던 아동카드에 적힌 기록이 그가 아는 전부다. 아동카드에는 '전북 군산시 나운동 주공2차아파트'라는 주소와 '아버지가 질병으로 인해 노동력이 없어 생활이 곤란하므로 양육할 능력이 없어 시에 보호 의뢰함'이라는 위 사유만 적시돼 있다. 그는 "아기가 태어났는데 아프니까 부모가 두려워서 버리지 않았나 싶다"며 "4월 3일생인지,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최복례인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섯살이 되면서 보육원을 옮긴 그는 다시 아홉살 때 건강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전북 익산시에 있는 장애아동시설로 옮겨졌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수술지원을 받아 귀 재건수술도 받았다. 정상적인 몸도 갖게 됐고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그는 5년 전부터 직접 부모를 찾아 나섰다. 경찰과 시청, 시설 관계자 등의 도움까지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부모로 추정되는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사회에 나와 외롭고 제 힘으로 살아야 해서 무엇보다 부모님이 너무 그립다"며 "태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모 병원도 문을 닫아서 자료가 폐기됐다고 해 더 이상 알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익산을 떠나 고향 군산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 그의 바람은 단지 부모, 가족을 만나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싶다는 것뿐이다.
그는 "처음에는 미혼모라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어딘가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낳아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마음이 크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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