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대선정국, 사법시험 폐지 논란 재점화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3.01 15:15

수정 2017.03.01 15:15

사법시험 폐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법시험은 올 12월 31일 2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해 9월 사시 준비생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사법시험을 폐지하도록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사법시험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대선 주자들이 사시를 없애면 안 된다는 입장을 내면서 최근 존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는 등장인물 '여민경'이 아버지의 후광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가고 삼촌 연줄로 로펌에서 경력을 쌓은 검사로 묘사돼 논란이 되면서 사시 존치와 로스쿨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가열되고 있다.

■ “사시 병폐 많다” vs “개천에서 용 나야”
전국 25개 로스쿨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사시폐지를 옹호하는 측은 내년부터 법조인 양성 기관을 로스쿨로 일원화해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스쿨 재학생 이모씨(27)는 1일 "우병우, 김기춘 라인 등은 결국 사시 제도 하의 폐쇄적 기수 문화로 발생했다. 이런 병폐를 없애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만큼 변호인 양성 시스템을 로스쿨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준비생 나모씨(28)는 “로스쿨은 등록금이 비싸지만 준비기간이 짧고 장학금 비율도 높다”며 “로스쿨이 신분 이동을 막는다고 하는데 사시 준비도 돈 없으면 못 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지난 1월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사시 폐지를 적극 주장하는 후보자들이 잇따라 당선되면서 로스쿨에 힘이 실린 상태다. 김현 신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지난 1월 '사시폐지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전국을 돌며 돈과 배경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사시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시 존치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된채 논의되지 않는 점을 성토하고 있다.

고시생모임 이종배 대표는 "로스쿨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자는 응시조차 할 수 없는데다 수천만원의 등록금이 들어간다. 30대 이상이거나 인지도 낮은 대학 출신이면 이유 없이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돈과 배경이 없어 로스쿨에 갈 수 없는 서민들을 위해 사법시험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모씨(31)는 "사시를 로스쿨과 병행해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여전히 가능토록 해야 한다. 사시만큼 공정한 시험이 어디 있느냐"며 "로스쿨은 입학 기준과 학생 선발 과정이 불투명해 사시보다 비리 개입 가능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 입장 제각각..논란 가열될 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사실상 대선정국이 조성되면서 사시 존치를 둘러싼 대선주자들의 생각도 관심이 쏠린다. 고시생들은 다음 정권 때부터 폐지되는 사시 제도를 없애서는 안 된다며 대선주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사시 존치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국가 정책을 뒤집어 사시로 되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시 폐지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관련법을 만들고 2007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서 본격화됐다.

출마 선언은 안 했지만 1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시를 일부라도 존치시킨다면 로스쿨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쉽사리 (예전 제도로) 되돌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시 존치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계층 이동의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사법시험 같은 제도가 꼭 필요하다"며 "이 사회의 마지막 정의를 담보하는 검사 임용절차가 지금처럼 누가, 왜 임용됐는지도 모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 당 전 대표는 로스쿨과 관련해 "제도는 처음 도입되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 그 때가 아닌가 한다"고 로스쿨 제도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다른 대선주자들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본격 토론이 시작되면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남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법고시 폐지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0.2% ‘사법고시 폐지를 유예해야 한다’ 18.6%, ‘예정대로 2017년에 전면 폐지해야 한다’가 21.9%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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