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잃어버린 가족찾기]18년 전 하교길 실종된 딸 찾습니다…애타는 父情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19 10:50

수정 2017.02.19 10:50

300만장. 송길용씨가 사랑하는 딸을 찾기 위해 지난 18년간 거리에 뿌린 전단 숫자다. 18년 전 여고생이었던 송씨의 딸은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 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린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불명됐다.

19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송씨가 잃어버린 둘째 딸 송혜희씨(당시 17세)를 애타게 찾고 있다.

송씨는 경기 평택시 도일동 하리마을에서 사랑하는 아내, 두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었다. 축사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집이 있었고 딸들은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 하루에 3대 뿐인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혜희씨는 전교 1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해 가족의 자랑이었다.


송씨 가정에 불행이 닥친 것은 1999년 2월 13일. 밤이 늦어도 혜희씨가 귀가하지 않자 송씨는 가족들을 깨워 딸을 찾으러 나갔다. 송씨는 “밤 10시가 넘어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애가 아직 안 들어왔었다”며 “가족들을 모두 깨워서 밤새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혜희씨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인적이 드문 지역인데다 막차였기 때문에 목격자조차 찾지 못했다. 버스기사를 찾아 물어보니 당시 버스 안에 30대 남성 1명과 혜희씨만 타고 있었고 밤 10시께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같이 내렸다는 말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결국 송씨 부부는 직접 딸을 찾기 위해 현수막과 전단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4~5년을 돌아다니는 동안 집도 팔고 재산도 탕진했다. 송씨는 “경찰 수사가 소득 없이 끝나면서 매일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전단을 뿌리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에는 현수막을 걸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송씨 부부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아내는 심장병과 알코올중독을 앓았고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결국 2007년 딸의 얼굴이 새겨진 전단을 품에 안은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송씨도 몇 번 자살을 시도하는 등 포기하려 했으나 딸과 아내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송씨는 지금도 전단을 나눠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수막을 걸다가 떨어져 허리를 다쳐 수술을 하는 등 거동조차 힘들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거리에 나서고 있다. 송씨는 “지금까지 해볼 것은 다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이제는 몸도 안 좋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단 돌리는 것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혜희씨는 키 163㎝에 둥근 얼굴형, 검은색 피부를 가졌으며 실종 당시 흰색 블라우스와 빨간색 조끼, 파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18년 전 실종된 송길용씨의 둘째 딸 송혜희씨/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8년 전 실종된 송길용씨의 둘째 딸 송혜희씨/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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