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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음방지 위한 반려동물 성대제거---"동물 학대 행위로 반대" vs. "공생 위해 불가피"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2.20 10:45

수정 2017.02.20 10:45

서울시내 한 아파트 엘레베이터실에 동물반려가구가 지켜야할 생활 수칙을 적은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서울시내 한 아파트 엘레베이터실에 동물반려가구가 지켜야할 생활 수칙을 적은 포스터가 게시돼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부착된 층간소음 관련 안내문에 주민이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한 불평을 적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부착된 층간소음 관련 안내문에 주민이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한 불평을 적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장인 A씨(54)는 최근 울며 겨자먹기로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견 2마리의 성대를 제거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서 반려견 짖는 소리로 인한 이웃간 소음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성대수술을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반려견 관리수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A씨는 "멀쩡 성대를 제거한다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역시 반려견을 기르는 주부 박모씨(56)는 옆집과 반려견 소음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밤에는 초비상이다.반려견이 짖을라 치면 서둘러 이불로 감싸안기를 반복한다. 이때문에 반려견이나 박씨나 모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반려견의 성대를 제거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반려견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에 포기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실에 붙어 있는 공동주택 생활 에티켓 포스터에는 밤낮 짖어대는 개교육을 잘 시키라는 내용의 비난 문구가 낙서돼 있다.

동물반려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간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단지에서 반려동물의 소음 관련 분쟁이다. 이로 인해 동물반려인이 지켜야할 에티켓,이른바 '펫티켓'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다. 그런데 일부단지에서 반려견의 짖는 소음분쟁을 막는다는 취지로 반려견의 성대제거 수술을 펫티켓으로 내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한켠에서는 반려견의 짖는 소리도 이웃주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층간소음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성대를 제거해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려인들은 가족의 일원인 멀쩡한 반려견의 성대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동물학대 행위라고 반박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반려동물 성대제거 동물학대인가, 펫티켓인가'로 정하고 각계의견을 들어봤다.

■"반려견 성대제거는 동물학대"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강모씨(32)는 최근 반려견과 산책 하던 도중 성대제거 수술을 한 강아지를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못했다. 강씨는 "훈련을 통해 반려견의 짖는 것을 충분히 조절 할 수 있는데, 요새는 별다른 노력없이 펫티켓이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반려견의 성대 제거 수술을 하는 것 같다"며 “목소리를 뺏기면서까지 주인과 살아가는 반려견들은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처럼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부인 김모씨(44)도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반려견의 소음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오히려 사람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렇지않은 듯 성대를 제거하는 것은 엄연한 동물 학대"라고 지적했다.

수의사 노모씨(33)는 "성대수술이라는게 소리가 아예 안나게 하는게 아니라 소리를 내는 성대주름을 잘라내는 것인데 수술후 감염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무엇보다 짖는 건 강아지의 본능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피한 경우 수술보다는 짖음방지기 같은 기구를 권한다"고 말했다.

노 씨는 “반려견이 짖을 때는 이유가 뭔지 파악하는게 먼저다”며 “배가 고픈지, 나가고 싶은지, 놀고 싶은지, 아픈지 등 반려견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면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짖는 소리도 소음,공생 위해 불가피"
사람과 동물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성대제거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많은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규칙 등을 통해 반려견 성대제거를 원칙으로 삼는 곳이 늘고 있고 심한 경우는 아예 반려견 사육을 금지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황모씨(37)는 "아파트의 경우 충간,이웃간 소음에 민감한 데 옆집 개가 자꾸 짖어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성대제거라는 인위적은 방법으로라도 소음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짖어 대거나 우는소리를 내는 개와 고양이는 이웃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행동교정사인 홍모씨(30)는 "별도의 노력없이 성대 제거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지만 반려견이 짖는 것이 훈련으로 완벽하게 고쳐질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아파트 입주 조항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반려견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고 수술 후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들이나 웰시코기 등의 견종은 꼬리를 자르는 수술도 많이 하는데 그런 수술은 용인이 되고 성대제거 수술은 동물학대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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