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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시공휴일 지정 "소비진작 효과" vs "조업일수 줄어 역효과"

김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30 15:50

수정 2017.01.30 15:50

작년 5월 6일 공휴일 지정 생산유발 3조9000억 추정
기업은 생산.매출 큰 타격 해외여행만 증가 지적도
기업 30%는 대체휴일 근무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기도
#.직장인 김모씨(30)는 한 해가 바뀔 때마다 '결심'보다 앞서 행하는 의식이 있다. 따끈따끈한 새 달력을 넘겨가며 '빨간 날'을 확인하는 것이다. 돌아올 '빨간 날'을 생각하면 하루하루의 고달픔이 조금은 견딜 만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시공휴일 지정


올해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해 시작부터 '빨간 날'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이다. 정치권과 정부도 임시공휴일에 대한 발언을 꺼내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5월 달력을 펼쳐보니 그럴 만하다.
1일 근로자의날(월요일),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금요일)이 하루 걸러 있다. 만약 사이에 낀 2일과 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최장 9일이라는 '황금연휴'가 생긴다.

■'내수진작' 큰 도움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에 비교적 긍정적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공휴일이 몰려 있는 5월 초에 대체휴일을 부여한다면 황금연휴가 생겨 내수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 이틀 후 "대체휴일 지정은 노사 대화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 차원에서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번복하긴 했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인 7∼8일 사이의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내수진작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요 관광지 무료개방, 가족여행객 철도운임 할인 등을 실시했고 5∼8일 연휴기간에 전년 대비 백화점 매출액 16%, 고궁 입장객 70%, 교통량 9% 증가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당시 임시공휴일 지정 효과로 인해 소비지출이 약 2조원 증가하고 이로 인한 생산은 약 3조9000억원 유발된 것으로 추정했다.

효과를 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업무효율성 제고, 국민 휴식권 보장,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공휴일 제도 전반을 검토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조업일수 줄고 해외지출 증가

그러나 막상 '황금연휴'가 생긴다고 해도 내수에는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해외여행만 늘어나 내수진작 효과가 낮고, 오히려 기업들의 생산일수 감소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연중 휴무 없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사업장이나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시급한 일부 기업은 정부의 휴일 지정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350개사를 대상으로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휴무계획'을 조사한 결과, 50.3%가 '하루만 쉬어도 생산량, 매출액 등에 타격이 있어 쉴 수 없다'고 응답했다. 업종 특성과 생산계획, 인력부족, 납품기일 준수 등으로 공장 문은 닫을 수 없는데 황금연휴로 직원들이 쉴 경우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 내부에서도 업종에 따라 대체공휴일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제조업과 중소기업은 조업일수 감소와 인건비 증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관광 등 내수서비스 업종은 제도 도입을 반기는 편이다.

또 해외소비만 늘 뿐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실제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저가항공사의 등장 등으로 해외여행 문턱이 낮아지면서 1월인 지금부터 올해 '빨간 날'이 포함된 주의 주요 여행.항공사의 국제선 항공권은 이미 예약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3.4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 7∼9월 내국인이 해외에서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등 카드로 지출한 금액은 37억8400만달러로 전분기에 이어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황금연휴 남의 일, 박탈감도

대체공휴일, 임시공휴일은 국민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체공휴일이 지정된다고 해도 '쉴 권리'를 사용할 수 있는 국민은 '일부'일 뿐이란 지적도 늘 있어 왔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설을 앞두고 설 연휴의 대체휴일(1월 30일) 실시 여부를 기업 1611곳에 물었더니 30% 가까운 439곳은 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의무시행사항이 아니기 때문(54.4%)이란 게 주된 이유다. 기업규모 등에 따라 근로자들이 느끼는 휴일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막상 쉬는 날이 생겨도 쓸 돈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국 364개 기업(종업원 수 5인 이상)을 대상으로 '2017년 설 연휴 및 상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설 체감경기와 관련해 '2016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72.3%에 달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한편 매년 '황금연휴' 여부가 직장인들의 뜨거운 화두인 것은 그만큼 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근, 주말 없이 계속되는 출근에 지쳐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주요 배경임을 생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im@fnnews.com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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