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현장르포] 설대목 앞둔 유통가 "설 대목 특수? 그거 옛날얘기입니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5 17:01

수정 2017.01.15 17:01

백화점, 전통시장 모두 설 대목 실종에 '한숨'만
백화점 직원 "올 선물 매출 작년이맘때보다 30% 줄어"
#1.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김영란법마저 겹치면서 작년 설 이맘때보다도 손님이 크게 줄었어요. 설을 2주일 정도 앞두고 있긴 하지만 예년 이맘때보다 손님이 20% 정도는 더 줄어든 것같습니다.(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매장 직원)

#2. 경기가 안좋은 것도 있지만 요샌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설 성수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우리같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사치처럼 들립니다. (서울 남대문시장 상인)
[현장르포] 설대목 앞둔 유통가

설을 약 2주일 앞두고 있지만 백화점과 전통시장 등은 손님의 발길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대목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15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대목인데도 문이 닫힌 남대문시장 내 청과 및 건어물 등 제수용품 판매코너.
설을 약 2주일 앞두고 있지만 백화점과 전통시장 등은 손님의 발길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 대목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15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대목인데도 문이 닫힌 남대문시장 내 청과 및 건어물 등 제수용품 판매코너.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2주일 가량 앞두고 있지만 백화점과 전통시장 등 유통가는 설 분위기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휴일인 15일 찾은 서울 도심의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설 특수가 사라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 특수 사라진 유통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장 직원은 "유통가에서 명절 대폭의 피크는 1주일 전이지만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판매량이 20~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10만원 이상인 과일 세트 등이 전시돼 있는 고급식품관은 물건을 고르는 고객보다 직원이 더 많을 정도였다.

샴푸와 비누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른 직원은 "보통 지방으로 보내는 선물세트는 2주 전부터 판매가 늘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작년 설과 비교해도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과 세트를 판매하는 한 직원은 "원래 상품 가격이 5만원이 넘는데 김영란법에 맞춰 처음부터 할인 판매 중"이라며 "손님도 작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와인을 판매하는 한 직원은 "매년 설마다 매출이 증가했는 데 올해는 처음으로 줄어들 것 같다"며 "5만원 미만의 저렴한 와인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대표 전통시장인 남대문 시장도 설 대목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설을 앞둔 시장 분위기를 묻자 대다수의 상인들이 불편한 기색으로 손사래를 쳤다. 남대문 시장과 지하상가에서 30년 이상 생선을 판매해 온 조모(62)씨는 "그동안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층인 중장년층 마저도 발길이 끊겼다"면서 "휴일인데도 상가들이 문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선물 한도 올려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저성장 고착화, 온라인 시장 확대, 1인 가구 증가 등을 명절 대목 특수 실종의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밑지고 팔' 손님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아얘 손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한 직원은 "온라인은 직원 인건비, 장소비, 수수료 등 비용 자체가 적게 든다"며 "가격도 싸고 배송도 편해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한도를 정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도 대목 실종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정치권에서 김영란법 한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침체한 소비부진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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