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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4대 재벌 개혁에 집중"

김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10 22:32

수정 2017.01.10 22:32

정경유착 끊고 적폐 청산.. 재벌 범죄 무관용 원칙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 재계 "기업 때리기 안되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 재벌개혁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에 참석, 재벌개혁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공격적인 재벌개혁방안을 내놨다. 지난 5일 내놓은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이은 2차 정책구상이자 경제와 연관된 첫 정책안이다.

문 전 대표는 특히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재벌을 직접 겨냥하며 재벌개혁에 날을 바짝 세웠다. 탄핵정국 이후 개혁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가운데 최순실게이트에서 그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 재벌적폐를 개혁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내놓은 정책보다 강력해진 재벌개혁책이라는 분석이다.

■"4대재벌 개혁에 집중할 것"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재벌적폐 청산을 주제로 개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서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다'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재벌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재벌경제는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였지만 한편으로는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를 무너뜨렸다"고 꼬집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적폐를 청산해야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 모두 잘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실현 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중견재벌 3분의 1은 부실상태일 정도로 재벌도 양극화돼 있다. 재벌 중에서도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도 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재벌의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울 방침이다. 문 전 대표는 "중대한 반시장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며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주장해온 경제민주화법이 대거 포함됐다는 데 있다. 문 전 대표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서면투표를 도입해 공정한 감사위원과 이사가 선출되도록 제도화하고 노동자추천이사제를 순차 도입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면서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 △다중대표소송.다중장부열람권 제도화 등도 제안했다.

■'이재용 방지법' 등 최순실게이트 해법도

최순실게이트로 정경유착 문제가 크게 부각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우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의 실효성을 높이고, 그 법제도적 기반으로서 자본시장법을 보완할 계획이다. 제2의 삼성물산 합병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를 '이재용 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이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 강제모금한 의혹으로 벌어진 준조세 논란과 관련해선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목표다. 문 전 대표는 "대기업이 2015년 한 해에만 납부한 준조세는 16조4000억원으로 법인세의 36%"라며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정경유착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주회사 요건 강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금산분리 강화 △업종 확대 제한 △일감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 등 수사 강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 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다들 같은 생각이 아니냐. 다들 동의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재벌개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추후 입법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다만 이날 발표한 개혁안에는 법인세 인상안이 제외됐다. 문 전 대표 측은 "법인세 인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개혁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폐지를 우선 제시했으며 소득세 조정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한 뒤 법인세 인상을 마지막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방안에 대해 "그동안 표퓰리즘적이고 무조건적인 '기업때리기'가 많았는데 그것의 재탕되지 않길 바란다"며 "합리적인 개혁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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