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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또복권 카드 구매 허용 "사행성 조장" vs. "구매 편의 제고"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2 15:17

수정 2016.12.12 15:17

#.직장인 박정원씨(31)는 1주일에 한 번 5000원 어치의 로또복권을 산다. 하지만 편의점과 복권 판매점에서 현금으로만 복권을 살 수 있어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요즘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일이 없는 데 유독 로또복권을 사기 위해 현금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로또 복권을 카드로 사든, 현금으로 사든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 "온라인에서 신용카드로 로또 복권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빚을 내서 복권을 사라고 하는 것이다. 현재 보유 현금 범위 내에서 구매 가능한 현금카드(체크카드) 복권 구매가 불가능한데 신용카드 구매를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도박반대 시민단체 관계자)
로또복권의 오프라인 현금 구매와 온라인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소비 지출에서 카드 결제 비중이 지난해 기준 80%를 넘어선 가운데 로또복권의 경우 현금으로만 구입하도록 돼 있기 대문이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에 한해 로또복권의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법안 변경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사행성 조장과 구매편의 제공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12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 등에 따르면 현행 복권법 제5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는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복권, 금융투자 상품, 사행성 게임 상품, 카지노 결제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온라인 구매에 한해 로또복권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령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시민단체 "사행성 조장" 반대
시민단체 등은 인터넷 복권 구매를 허용하면 온라인, 모바일 등을 통해 복권 구매가 쉬워져 사행성을 조장하는 만큼 온라인 카드결제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도박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모임 강신성 사무총장은 "로또 복권 중독 현상을 초래할 수 있고, 사행심리를 조장하는 것"라며 "로또 복권의 중복구매 차단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를 늘리기 꼼수"라고 비판했다.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의 이유로 국민건강을 들었지만 실질적으로 세금만 더 걷은 셈이 됐다"며 "정부가 복권 판매를 권장해 세수를 더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결제가 허용될 경우 복권판매 증가가 복권 판매 수탁업체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권 판매점수는 지난해 말 6305개에서 올 6월에는 6843개로 6개월 만에 8.5%늘어나는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구매편의 제고" 차원
이에 대해 일부 기재부와 복권 이용 시민들은복권 구매의 편의성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김종옥 복권총괄과장은 "현재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인터넷 복권판매를 시행하고 있고, 인터넷 판매에 따른 복권판매점의 폐점 문제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복권은 사행성이 낮고 있다고 해도 낮은 수준으로 중독을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매의 편의성 확대를 통한 공공성 확보가 목적이라면 우선 현금카드(체크카드) 결제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시민단체 등은 올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복권의 현금카드 구매를 허용토록 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 사무총장은 "외상으로 결제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현금카드는 보유 현금 내에서 구매해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박씨는 "요즘 세상에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편의점, 판매점 등에서 로또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현큼카드라도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로또복권을 제외한 연금복권, 즉석복권 등은 인터넷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복권판매액은 3조5551억원으로 이중 로또복권 판매액이 약 92%인 3조2571억원 이었다.

이에 대해 김종옥 총괄과장은 "현재 연구용역을 통해 로또복권 현금구매 및 현금카드 결제 허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 구매 한도,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인 1회 최대 10만원 제한 유명무실
사행성 방지를 위해 로또복권의 경우 1인 1회 최대 10만원까지만 구매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처를 옮겨가며 현금 구매하면 기록도 남지 않고 무제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윤모씨는 "사행성이 높은 경마나 경정, 카지노의 경우 별도의 도박카드에 충전식으로 만드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며 "로또 복권도 구매 상한을 정하거나 과도한 구매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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