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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율주행차 도심주행’…“시기상조 vs. 서둘러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1 15:32

수정 2016.11.21 15:32

‘인프라 미미, 사고 위험성 높아’ vs.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 시급’ 
현대자동차와 네이버, 서울대 등이 연구개발(R&D) 중인 자율주행차량이 이달 중순부터 전국을 달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구간을 네거티브(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하면서다.

국토교통부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량은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을 누비면서,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실제 도로지형을 익히기 위해 도로주행이 필수과정이다. 구글과 테슬라, BMW 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하고, 우버가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도심 주행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국내 자율주행 관련 도로 인프라나 대중의 인식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차량과 같은 도로를 달릴 경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독일, 일본과 함께 ‘자동차 수출국 빅3’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에도 글로벌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핵심 부품 국산화와 제도 정비는 물론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험운행구간 전국 확대
21일 국토교통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서울대, 한양대 등은 그동안 고속도로 1개와 국도 5개 등 국토부 장관이 정한 구역에서만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기술 R&D만으론 국산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물론 ‘교통사고율 90% 감소’라는 효과를 낼 수 없는 만큼,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판교처럼 도심 속 테스트베드(시험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사항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15일 자율주행차 시험운행구간을 전국으로 확대, 임시운행허가 차량이 각각의 자율주행 기술 목표 및 수준에 따라 도심 속까지 달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즉 출·퇴근 등 시간대별로 어느 구간에서 주행했을 때, 교통혼잡 등의 상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곧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SW)는 물론 기존의 법과 제도, 도로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핵심 정보로 활용된다. 일례로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최근 선보인 도심형 자율주행SW ‘스누버2’가 탑재된 르노삼성차의 차기모델 ‘스누비(SNUVi)’가 내년 상반기에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을 오가며 무료 셔틀택시로 활용될 예정이다.

■'테슬라 인명사고' 여파…불안감 여전
그러나 ‘2017년 도심형 자율주행’ 등은 최근 미국에서 전해져 온 구글 무인차의 잇따른 접촉사고나 테슬라의 인명사고 및 해킹 소식 등과 맞물려 막연한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기술이나 도로 인프라 수준이 미미한데, 전국 도로를 테스트베드로 허용한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30대 중반의 한 직장인은 “인간의 목숨보다 기술 시험을 우선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기술 발전 수준에 맞춰 단계별로 테스트베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 여성 장 모 씨도 “2년 넘게 실시된 도로명주소가 여전히 무용지물인 것처럼,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은 탈이 나기 마련”이라며 “일부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즉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한 가운데 ‘완전 무인차 시대’가 아닌 인간 운전 차량과 뒤섞였을 경우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질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인 것이다.

실제 시스코가 전 세계 10개 국가의 소비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7%는 무인차에 탑승할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자녀를 무인차에 태우겠냐는 질문에는 대다수가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자율주행 데이터=안전성 확보에 필수
그럼에도 관련 연구진 및 업계에서는 테스트베드 확대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다. 즉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주 원인은 운전자의 실수 뿐 아니라 도로와 신호체계 등을 잘못 설계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관련 인프라 정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SW전문가는 “고품질의 SW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완벽에 가까운 테스트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구간 확대를 통해 얻은 도로주행 데이터가 실효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률가도 “미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 지침이 데이터 기록과 공유”라며 “자율주행 시험운행 구간이 확대된 만큼, 주행 상태와 교통사고 상황, 시스템 오류 등 주요 정보를 어떻게 기록·공유하고 폭넓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토부는 운전자 탑승을 비롯해 차량 고장 자동감지와 최고속도제한 장치 등 일반 차량보다 더욱 강화된 안전장치를 한 상태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구간을 넓혀준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에 비해 위험성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자율주행 모드에서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사고가 나더라도 그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고 보험처리도 이에 따라 처리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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