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 외국 기업사냥, 서방 정부 규제로 위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5 07:38

수정 2016.10.25 07:38

중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이 서방의 규제로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중반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이 M&A에 제동을 건 규모는 400억달러(45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기업이 자국 기업 M&A에 나설 때 서방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가장 주된 배경은 경쟁, 안보에 대한 우려였다. 팔리는 기업이 주요 군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거나 독과점 등의 우려를 부른다는게 배경이다.

이같은 점을 우려한 서방 정부들은 중국 기업들의 M&A를 조사하고,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장치들을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 개리슨 피크 집계에 따르면 서방의 규제에 막혀 협상이 중단된 M&A는 지난해 중반 이후 400억달러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는 440억달러 규모의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 6억7000만유로 규모가 될 독일 반도체 업체 액스트론 M&A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 인수 역시 EU와 독일 정부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보호주의 기류가 강화되는 가운데 액스트론 M&A에 대한 조사를 재개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기세가 아직 꺾인 것은 아니다.

이날도 중국 항공·레저 기업인 HNA 그룹이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부터 65억달러에 호텔 체인 힐튼 월드와이드 지분 25%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금융지주사인 차이나 오션와이드는 미국 보험사 젠워스 파이낸셜을 27억달러에 매수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FT는 그러나 서방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업체들의 해외 M&A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개리슨 피크에 따르면 올 3·4분기 발표된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461억달러로 1·4분기 956억달러는 물론 큰 폭으로 줄었던 2·4분기 494억달러에도 못미친다.

규제 강화 속에 매각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블랙스톤은 10억달러에 델 코로나도 호텔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지난주 철회했다. 델 코로나도 호텔은 샌디에이고의 명물이지만 인근에 미 해군기지가 있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높았다.

개리슨 피크는 지난해 7월 이후 미국, 호주, 유럽 등 당국의 규제·조사 강화로 증국 기업들이 포기한 대형 M&A만 11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16개월간 철회된 M&A는 금액으로는 전체의 14%인 38억9000만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44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신젠타, 6억7000만유로의 액스트론을 포함해 불발 가능성이 높은 대형 M&A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종자기업이 넘어가면 시장 경쟁을 해칠 것이라는 EU 집행위원회의 우려에 대해 신젠타가 시한이었던 지난주까지 집행위에 타협안을 제출하지 못하면서 M&A 불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날 신젠타 주가는 M&A 불발 우려로 급락했다.

독일 경제부는 액스트론 매각에 문제가 없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이날 M&A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내 중국기업들의 M&A 반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다.


기업컨설팅 업체 알라코의 마르틴 피셔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독일 연정내 2위 세력인 사회민주당이 외국 국영기업의 M&A를 EU 회원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권한 강화가 담긴 규제안 초안까지 만들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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