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민투표 부결도 반세기 내전 종식 공로 못막았다···콜롬비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7 19:13

수정 2016.10.07 19:13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반세기 내전을 사실상 종식시킨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콜롬비아 국민투표에서 평화협정안이 부결되며 수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당초 유력한 후보로 예상됐던 만큼 큰 이변없이 평화상을 가져갔다.

7일(이하 현지시간) 노벨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토스 대통령을 201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1991년 대외무역부 장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2000년 재무장관, 2006년 국방장관 등을 거쳤다. 국방 장관 재직 당시 그는 불시에 반 정부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기지를 폭격하고 반군 고위 간부를 사살하는 등 굵직한 군사 작전을 지휘하며 인기를 얻은 '대표 강경파'였다.

그러나 2010년 대통령 당선 이후 FARC와 비밀 협상을 벌였고, 2014년 재선에서는 '평화 협상 지속'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에 성공했다.


영국 BBC는 산토스 대통령의 극적인 변신을 '매(hawk)에서 비둘기(dove)로'라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지난달 26일 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1964년 농민 반란으로 시작돼 52년간 콜롬비아에서 이어진 내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지난 2일에는 평화협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찬성 49.8% 반대 50.2%로 부결됐다. 단 5만7000여표 차이였다. 현지 언론은 자수한 반군의 처벌을 면제하는 '면책 조항'에 국민이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유력한 후보였던 그가 노벨상 수상권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정부와 반군 간 정전은 유지하는 등 내전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내전 종식에 기여한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노벨상 수상에 성공했다. 노벨위원회가 콜롬비아 평화협정의 정신을 계승하고 평화를 이어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벨위원회는 "이번 시상이 콜롬비아 유권자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실패를 맞봤지만 노벨평화상이라는 최고 권위상을 받으면서 다시금 내전 종식과 평화 달성에 도전할 동력을 얻었다.


한편 또다른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졌던 시리아 인권운동단체 '하얀 헬멧'은 수상자 발표 직후 트위터에 "본부에 조용한 실망이 맴돈다"며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표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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