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필수예방접종 거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2 14:45

수정 2016.10.02 14:45

#.얼마 전 태어난 지 한달 만에 맞은 BCG(결핵) 예방접종으로 두 살 배기 아이가 걷지 못하는 일이 얼마 전 발생했다. BCG 예방접종은 일반 주사기로 혈액 안에 백신을 주입하는 '피내용'과 피부에 넓게 도장 찍듯 주사침을 놓는 '경피용'이 있다. 이 아이는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경피용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허벅지 뼈에 염증이 생겨 성장판이 손상됐다.

이 일이 있은 후 엄마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서는 국가가 지정해 시행하는 필수예방접종(국가예방접종)을 놓고 찬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앞의 사례에서와 같은 부작용이 있는 만큼 '무용론'을 펼치고 있고 다른 한 켠에서는 어린이 건강과 국민보건을 위한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국가예방접종을 강제 규정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예방접종은 현재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같은 공방은 최근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감염병 감염사례와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면역력 저하 등으로 각종 감염병 감염 등에 취약한 어린이 건강관리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놓고 어린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공방이 뜨겁다. 육아맘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국가예방접종에는 관련 글과 댓글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한 아이 엄마가 올린 '보건소에서 중금속 발암물질이 들어간 백신을 맞추기 싫다'라는 글이 육아카페에 퍼오면서 부모간 공방이 벌어졌다. 아이디 shw1의 한 엄마는 댓글에서 "백신의 성분이 무서워 아이에게 백신을 안맞힌다면 먼저 전염병으로 화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댓글에는 "자신의 아이만 생각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라며 "엄마의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맞추지 않고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백신 부작용 때문에 예방접종 못해"
심지어 수두에 걸린 아이를 불러 파티를 여는 '수두 파티(party)'로 자신의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수두를 앓게 하겠다는 엄마들도 있다.이들은 "예방접종은 부작용으로 발달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못 믿겠다"며 "수두는 어릴 때 걸리면 증상이 가볍고 자연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예방주사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 따라 외국에서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아이 예방접종의 불편한 진실 7'에서 저자인 일본인 후지이 순스케는 "홍역, 백일해, 디프테리아, 파상풍, 풍진, BCG 등 과거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던 전염병의 경우 이제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다"라며 "이제 '집단 예방접종'은 중단해야 하고 아이 개개인의 환경과 상태에 맞춘 '맞춤 접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의 저자 스테파니 케이브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백신에는 수은, 페놀, 포르말린, 알루미늄 등 중금속이 들어있다"며 "생후 6개월까지 아이들의 간은 담즙생산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해독작용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둘째아이를 출산한 정 모씨는 "첫번째 아이는 무조건 예방접종을 했는데 부작용에 우려가 나와 예방접종 관련 책을 찾아보게 됐다"며 "둘째 아이는 예방접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예방접종은 감염병 예방,강화화해야"
하지만 대다수 엄마들은 어린이를 위한 국가예방접종은 어린이 개인의 건강관리에도 목적이 있지만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더 큰 만큼 누구든 예외없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호 '저널 백신'에서 '백신 기피에 대한 WHO의 권고'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이나 자녀들에게 백신을 제때 접종하지 않거나 아예 거부하는 사람들 탓에 여러 나라에서 감염병 예방 및 면역체계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매년 어린이 약 150만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WHO는 특정 부모의 백신 기피로 인해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체계를 완성하거나 백신 효과를 최대화하는 작업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용민 교수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은 반드시 맞아야 한다"며 "예방접종은 질환을 예방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일반 아이들은 가볍게 앓는 질환도 영아라든가 선천적인 질환이 있으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하게 걸려 사망에 이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 수두 파티의 경우에도 자연 면역이 생기면 예방접종보다 효과가 크지만 뇌수막염 등 부작용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실제 수두를 앓고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공인식 예방접종관리과장은 "단체생활에서 한 명이 감염병에 걸리면 쉽게 집단 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며 "본인 건강은 물론 함께하는 친구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예방접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국가필수예방접종은 어린이 건강 관리와 감염병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예방접종 서비스를 어린이와 보호자의 비용부담 없이 접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 대해 지정의료기관에서 받은 BCG,B형 간염,수두,일본내염 등 10가지 필수예방접종의 백신비와 접종비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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