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랍장 리콜.. "규제 과도" vs "소비자 안전 위한 조치"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5 17:44

수정 2016.09.25 17:44

정부, 이케아 서랍장 15종 국내 6업체 서랍장 12종 美 기준에 따라 판매 중지
업체 "국내기준 생산불구 불량가구 판매사 취급 억울"
국표원 "美의 ASPM 기준 전세계 통용 가능성 높다"
지난 9일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리콜 권고를 받은 이케아 말름 4단 서랍장(오른쪽)과 우아미가구의 우아미 토모 5단서랍장.
지난 9일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리콜 권고를 받은 이케아 말름 4단 서랍장(오른쪽)과 우아미가구의 우아미 토모 5단서랍장.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말름서랍장 쓰러짐(전도) 현상으로 인한 불똥이 국내 가구업계로 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이 이케아 서랍장 15종과 더불어 국내 6개 회사의 12종 서랍장의 판매를 중지시킨 탓이다.

문제는 서랍장 쓰러짐과 관련한 국내 기준이 전무한 상태에서 미국재료시험학회(ASPM)의 기준에 따라 판매중지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즉, 가구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인 반면 정부와 소비자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실제 국내 가구업계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 왔는데 마치 불량가구를 판매하는 회사로 오해받게 생겼다는 것. 또 신체 기준이 다른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이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내 가구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을 내고 있다.


그러나 국표원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소비자 안전과 관련한 내용인 만큼 이번 리콜 권고는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내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미국 기준이라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했다는 논리다. 다만 향후에는 국내 실정에 걸맞은 규제안 마련과 적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랍장 리콜.. "규제 과도" vs "소비자 안전 위한 조치"


■이케아 서랍장, 국내 가구업계로 불똥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표원은 최근 서랍장 안전성 조사 발표를 통해 이케아, 일룸, 에몬스, 보루네오가구, 장인가구, 에넥스, 우아미 등 7개 회사 27종 서랍장의 판매를 중지하도록 권고했다. 조사 결과 27종은 23㎏의 무게를 서랍장에 얹으면 파손되거나 앞으로 넘어졌다.

조사대상은 한샘, 현대리바트 등 소비자 구매율이나 인지도가 높은 10개 기업 제품들이었다. 이번 서랍장 안전성 발표는 이케아의 서랍장 논란에서 시작됐다. 이케아의 말름서랍장이 전도 사고에 취약해 북미지역에서 리콜됐지만 국내에서는 동일 서랍장 리콜을 거부하면서 미국 생산자표준협회의 기준을 빌려서 조사했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리콜을 거부한 것은 국내 기준도 없고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조치가 없어서다.

문제는 국표원이 빌려온 미국 생산자표준협회의 기준이다. 이 기준은 미국 5~8세 아동의 평균 몸무게인 23㎏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국내 아동의 체중이 미국보다 작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기준이라는 게 국내 가구업체들의 주장이다.

A업체의 경우 국내 아동의 기준인 10~20㎏을 기준으로 내부에서 전도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20㎏ 이하에서 문제 없었는데 갑자기 23㎏을 제시하니 당연히 전도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더욱이 국내에는 전도 현상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KS마크, KC마크 등 국내 기준에 맞춰 생산해 왔는데 갑자기 불량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낙인 찍히는 것 같다는 게 가구업계의 불만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전도 현상에 대한 국내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았지만 나름 내부 기준을 설정하고 제품을 생산해 왔다"며 "미공개하기로 한 업체명까지 공개하면서 불량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

그러나 국표원은 국민 안전을 위해 당연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우선 업체명 공개와 관련, 국가기술표준원은 대국민 주의가 필요한 사안 등에 대해서는 자문위원회 문의 이후 정보망에나 언론에 공개할 수 있다. 국표원은 최근 가구가 DIY(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형태)나 장식용으로 진화하면서 안전성이 취약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국표원은 관련 기업들과 기업명 공개와 관련해 충분히 논의한 사안이며, 정보망 공개라는 '간접공개'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기준을 마련하기도 전에 미국 기준으로 시험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임의표준'을 통해 조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SPM은 글로벌 단체표준으로서 이곳에서 나오는 기준은 세계적으로 많이 통용되는 사례라는 게 국표원 측 설명이다. 다만 안전기준이 있었다면 벌금이나 행정조치를 취했겠지만, 전도 현상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리콜 명령'이 아닌 '리콜 권고'로 내렸다는 것.

더욱이 향후 안전기준과 관련해서는 23㎏이라는 기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ASPM의 기준은 글로벌 표준인 ISO 등에 많이 이용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국표원은 오는 10월 안전기준과 관련한 일반예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도 현상과 관련한 항목도 추가될 전망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ASPM의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높고 어린이 안전적인 측면을 본다면 보다 안전한 방향으로 기준이 가야 할 것 같다"며 "다만 업계와 소비자단체 이야기를 충분히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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