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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 용산미군기지 터에 들어설 용산공원 조성방안

박지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18 17:00

수정 2016.09.18 21:19

"용산의 역사·환경적 가치 감안해 계획 세워야"
서울시, 정부안에 반발 "부처별 박물관 조성은 나눠먹기식 난개발"
"공청회서 나온 검토안.. 여러 방안중 하나일뿐"
정부, 각계 의견 수렴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 용산미군기지 터에 들어설 용산공원 조성방안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내년 말 경기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 미군기지 자리에 들어서는 '용산공원' 조성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공청회에서 7개 정부부처가 미군이 떠난 용산기지에 일부 시설물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용산공원 콘텐츠 검토안'을 공개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용산의 역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부처의 '나눠먹기'식 난개발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제대로 된 현황조사와 시민소통도 없이 (용산공원 조성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까지 요구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의견수렴 단계에서 제시된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공원조성 과정에서 시민 직접참여를 요구하는 서울시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처 나눠먹기 논란에 국토부도 자세 낮춰

1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내년 말부터 미8군이 평택으로 이전을 시작함에 따라 반환하는 전체 358만㎡ 규모의 용산기지 터를 생태공간으로 조성하는 국가사업이다.


논란의 발단이 된 국토부의 용산공원 콘텐츠 검토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립과학문화관을 건립하는 것을 비롯해 여성가족부가 국립여성사박물관을, 경찰청은 국립경찰박물관을 이전 또는 설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정부부처의 박물관을 굳이 용산공원 내 설치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박물관이 현 위치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다"며 "서울 한복판에 공짜 땅이 생기니 각 부처가 욕심을 낸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공청회에서 공개한 검토안은 의견을 듣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군기지 이전과 환경조사가 끝나고 실제 공원조성 공사를 시작하는 시점은 2019년이기 때문에 착공 전까지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최종 공원조성계획안을 만들 것"이라면서도 "정부부처의 시설물은 공원 전체 부지의 2% 수준"이라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환경.역사 가치 반영 필수, 현실적 한계 있어

서울시는 오랜 기간 외국군대의 주둔지로 쓰인 용산의 역사성과 서울시내 녹지축으로서 환경적 역할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은 몽골, 청, 일본, 미국 등 오랜 기간 외국군의 주둔지로 사용된 장소로 역사적 의의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제국주의 시대와 이후 냉전 시대의 역사를 모두 간직해 세계사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는 일제강점기 헌병대 감옥 등 근현대 건축물을 비롯해 조선시대 왕이 기우제를 기낸 남단 터 등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는 "용산공원은 식민과 분단, 이를 극복할 미래를 모두 응축한 공간"이라며 "용산기지 터의 역사성을 반영하지 못한 공원화는 이곳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원 조성에 따른 환경적 가치도 고려할 대상이다. 시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용산이 북한~남산~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남북녹지축의 연결고리로 서울의 신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역사성과 환경적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환경오염 실태와 유적.유물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 미 대사관 부지와 헬기장, 드래곤힐호텔 등 미군 잔류부지 없는 온전한 형태의 용산공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환경조사는 앞서 반환됐거나 반환이 진행 중인 미군기지는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환경부가 환경 위해성을 조사하고 오염정화 주체를 결정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환경조사, 부지 범위에 대해선 국토부에 권한이 없다"면서 "환경부, 국방부가 관련 내용에 대해 미군 측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시민의견 종합할 컨트롤타워 부재

현재 용산공원 조성 추진의 또 다른 논란은 "시민참여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민관 합동기구인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서울시 부시장 등 차관급 정부위원 8명을 비롯해 도시계획.역사문화.교통.건축.조경환경.경영금융.언론.운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22명의 민간위원 등 총 30명으로 이뤄져있다. 그러나 22명의 민간위원은 대학 교수와 전문가 위주로 구성됐을 뿐 시민단체와 용산지역 주민 등을 대표할 만한 위원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각 부처와 사회 각계의 의견을 종합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공론화 없는 정부 중심의 폐쇄적 사업 추진방식은 졸속 계획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계획안은 시설로 가득찬 공원이 될 것"이라며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정부와 용역기관 중심의 사업방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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