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혼밥족 잡아라".. 유통업계 '간편식 전쟁'으로 후끈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8.21 17:50

수정 2016.08.21 17:50

집밥 버금가는 메뉴 개발.. 레저활동 증가 성장 한몫
편의점 도시락 고급화로 매출액 상위 품목 점령
이마트 간편식 '피코크' 상반기 쌀보다 많이 팔려
#1. 직장인 김모씨(45)는 여름휴가 기간에 온 가족과 함께 강화도로 캠핑을 가기에 앞서 편의점을 찾았다. 캠핑에서 즐길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고기류를 좋아하는 식구들의 식성에 맞게 언양식 불고기밥, 고추불고기밥 등 다양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5인분을 마련했다. 도시락 구매비용은 2만원을 넘지 않았다. 김씨는 현장에서 쌀을 씻고 국을 끓이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준비해간 편의점 도시락으로 온 가족이 '집밥'같이 한 끼를 해결해 가족들로부터 점수를 땄다.

#2. 주부 이모씨(35)는 대형마트의 포장순대로 가족들의 간식을 종종 챙긴다.
이 순대는 옛날 집에서 만든 순대처럼 맛이 좋아 가족들에게 인기다. 이씨는 올해는 가족과 함께한 남편 생일상에도 잡채를 올렸는 데 시어머니와 가족들로부터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은 이 잡채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포장잡채다.

"혼밥족 잡아라".. 유통업계 '간편식 전쟁'으로 후끈

1인 가구 증가 속에 '혼밥족(혼자 식사하는 사람)' 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간편식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간편식 전쟁은 '엄마의 손맛'을 담은 '집밥' 간편식이 주도한다.

유통업체들이 컵라면과 삼각김밥에 질린 혼밥족들을 겨냥해 집밥에 버금가는 간편식 메뉴 개발과 상품 출시로 포화상태에 빠진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이 내놓은 집밥 형태의 간편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 한식요리가 주요 식단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아웃도어 열풍과 가족 단위의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간편식 시장은 고속성장하고 있다.

21일 파이낸셜뉴스가 편의점업계 매출 1위인 GS25의 매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분기별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연중 야외활동이 집중되는 3.4분기와 4.4분기가 최성수기다.

연간 도시락 총판매량을 기준지수 1로 잡았을 때 지난 2014~2015년 분기별 도시락 판매지수는 1.4분기와 2.4분기에는 각각 0.84, 0.93로 기준지수 1 미만이지만 3.4분기와 4.4분기에는 각각 1.09, 1.19로 기준지수 1을 넘겼다.

GS25 관계자는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부터 날씨가 좋아서 야외활동이 많은 11월까지 편의점 도시락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날씨가 쌀쌀해 야외활동이 적은 1~3월은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이 가장 적었다.

간편식 전쟁은 식품업체보다는 유통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출시한 간편식 '피코크'가 큰 역할을 했다. 이마트에서 피코크의 올 상반기 매출은 78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쌀 매출(670억원)을 넘어섰다. 피코크는 출시 원년인 지난 2013년 매출이 340억원으로 쌀 매출의 20%에 그쳤지만 매년 70~120%씩 고속성장하며 올 상반기에 쌀 매출을 따라잡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밥을 직접 지어 먹기가 부담스럽거나 한 끼 식사에 소용량의 식자재가 필요한 1~2인가구와 혼밥족이 계속 증가하는 점을 감안할 때 간편식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편식은 편의점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CU의 경우 올 상반기 전국 3000개 편의점 취급품목(담배 제외) 가운데 일명 '백종원 도시락'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매콤불고기정식'과 '맛있는 닭가슴살'도 각각 매출 상위 3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GS25에서도 매출액 기준 상위 4위와 10위에 각각 '김혜자 바싹불고기'와 '김혜자 도시락'이 올랐다.
'백종원 도시락'(CU), '김혜자 도시락'(GS25), '혜리 도시락'(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마다 특색을 내세운 도시락이 인기를 얻으면서 편의점 매출액 상위 10위 안에 랭크됐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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