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저임금 갈등.."2~3인가구 기준 책정" "인건비 늘어 고용 줄것"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9 17:40

수정 2016.06.19 21:57

되풀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 갈등'1만원' 주장하는 노동계.. 1주일에 15시간이상 근무 '유급휴가 보장' 안지켜져시급·월급 반드시 병기를 "전반적인 소비수준 향상.. 경제 활성화 도움 될 것"감당하기 어렵다는 경영계 ..최저임금 1% 상승하면 일자리수 0.14% 감소6030원에서 1만원으로 상승률 65.8% 달하는데.. 업종·지역별 차등화 필요
#. 서울 동대문의 한 호프집에서 4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둔 대학생 박모씨는 "일을 시작한 후 뒤늦게 주휴수당이 있다는 걸 알고 사장에게 지급을 요청했지만 매번 핑계를 대며 미뤄오다 어느 날 매장에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일을 그만둔 후 노동청에 신고한 후에야 간신히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 경기도에서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인상 폭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만약 이번 최저임금 인상 폭이 생각보다 크게 나올 경우 직원 수를 소폭 줄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저임금 갈등.."2~3인가구 기준 책정" "인건비 늘어 고용 줄것"

2017년 최저임금 인상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인상 폭과 시급.월급 병기, 업종별.지역별 차별화 등 핵심 쟁점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불협화음'이 올해도 재현될 조짐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전반적인 소비 수준이 향상돼 장기적으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영세업자의 부담이 늘어 고용이 감소하고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월급 병기, 주휴수당 지급 논란

노동계가 제시하는 주요 쟁점인 시급.월급 병기의 핵심은 주휴수당 포함 여부다. '주휴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업장이 많은 만큼 이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제55조)상 1주일에 15시간 이상 빠짐없이 일한 사람에게는 유급휴일이 보장돼 하루치 임금을 별도로 지급하는 주휴수당이 지급된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임금상승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최저임금을 늘릴수록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활성화해 기업 경영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인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은 월급 기준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월급 병기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월급 기준 126만원을 전부 받는다 해도 한국 사회에서 최저생활을 보장받긴 여전히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표기할 경우 소규모 사업장, 영세업자 등이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전일제로 일하지 않는 단시간근로자까지 월 환산액 기준으로 임금을 요구한다면 사업장별로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업종별.지역별로 생산성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을 사정에 맞게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에서 사용자위원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김제락 인력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결국 단시간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고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저임금 고용자와 영세사업자 간 갈등만 야기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지급능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위해 최소한 업종별로라도 격차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상폭 '1만원' vs. '동결'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갈등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지난 16일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적용되는 양측의 최저임금 요구안이 처음 제시될 예정이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주장하는 쟁점을 놓고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임금인상 안건은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동계는 '1만원 인상',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워낙 인식 차가 큰 탓에 올해도 양측의 대립으로 최저임금 회의가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시급 1만원은 올해 6030원 대비 65.8% 오른 금액이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 기준인 미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가 아니라 2~3인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상여금 등은 제외되고 기본급 등 고정급여만 최저임금에 포함돼 최저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영향 두고 전문가 의견 갈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경기.고용 상황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보수적인 미국 내에서도 2014년부터 최저임금을 올린 후 고용성장률이 3.8% 증가한 워싱턴주를 비롯해 전반적인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용이 늘어난다는 실증을 바탕으로 최근 지역경제가 피폐해지고 고용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나라 경제를 자극할 수 있는 수단이며, 2~3년 안에 1만원 수준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지난 8년간 국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노동 소득분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고용은 주 44시간 일자리 수를 기준으로 0.14% 감소한다"며 "임금격차 감소 정도가 미미해 소득분배 개선효과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최저임금 논의 자체가 정치적 부분도 워낙 크게 작용하다보니 양측 모두 자기가 대표하는 집단의 이익을 반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올해는 어렵더라도 견해차가 크지 않은 사안부터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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