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 안의 창구' 금융사 비대면 서비스.. 정말 편리할까?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2 17:42

수정 2016.06.12 22:34

"공간적인 제약 없어 편리.. 외국보다 빨라"
"계좌개설에 하루 걸려.. 차라리 창구 이용"
서비스 도입 6개월만에 15만9000여 개좌 개설
편의성 대체로 동의하지만 신분증 승인 등 오래걸려
ISA·퇴직연금 등 가입땐 고객확인의무제와 충돌
가입절차 까다로워 불만도
#1. 박미경씨(33)는 최근 증권사 계좌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다는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이용했다. 30분이면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계좌 개설이 완료되기까지 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 답답한 박씨가 한 증권사 창구를 직접 찾아 계좌를 만드니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2. 직장인 이유진씨(33)는 최근 한 증권사에서 퇴직연금 상품을 온라인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직접 골라야 하는 상품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씨는 "내가 원하는 상품은 이런 건데 뭘 선택해야 할지 물어보고 싶은데 설명이 부족했다"면서 "투입비율도 넣어야 했는데 어른들의 경우 뭘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가입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 안의 창구' 금융사 비대면 서비스.. 정말 편리할까?

'손 안의 창구' 금융회사의 비대면 서비스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증권사는 지난 2월부터 비대면으로 은행 또는 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상품을 팔 수 있게 되면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창구에 가지 않아도 빠르고 간편하게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에 만족하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든 복잡한 절차 때문에 오히려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편의성 의견 '분분'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는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서비스 도입 6개월 만에 은행 12곳에서 3만1000여계좌, 증권사 19곳에서 12만8000여계좌 등 총 15만9000여계좌가 개설됐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총 발급계좌의 25%가 비대면으로 개설되는 등 고객의 호응도가 높다. 금융 소비자에게 비대면 서비스의 편의성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것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공간적 편의성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하지만 시간적 편의성을 두고서는 '창구보다 오래 걸린다'와 '해외와 비교하면 아주 빠르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박씨는 "신분증을 승인하는 시간, 소액을 이체한 뒤 계좌개설을 최종 승인하는 시간 등을 하면 만 하루가 걸리는데 차라리 창구에서 알아서 만들어주는 게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정다운씨(29)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생각하면 본인 인증 등에 소요되는 만 하루라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면서 "증권사 지점을 일부러 찾아가는 게 더 불편하고,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하루는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계좌개설에 걸리는 시간은 증권사마다 상이한 편이다. 24시간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한 증권사가 있는 반면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의 핵심인 신분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객장이 운영되는 시간에만 하는 곳도 있다. 오후 늦게 계좌를 개설하면 다음날에야 본인 확인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편의성 vs 소비자보호

비대면으로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경우 편의성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를 강화하면 편의성이 약화되고, 편의성만 강조하면 소비자 보호가 후퇴하는 '딜레마'가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등 금융상품의 온라인 가입을 허용하면서 자본시장법의 취지인 'KYC(고객확인의무) 제도'를 제대로 따르는지 여부를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KYC 제도에 따라 통장 개설 목적과 신원 확인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자금세탁 목적의 불법자금이나 대포통장 발생을 막고 있다. 따라서 계좌 하나를 개설하는데 한 달가량 소요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품 가입과 계좌개설이 온라인 상에서 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KYC 제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객의 투자성향과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질문 조항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가입 시간이 오래 걸려 편의성이 떨어진다.

반대로 정보 취득 과정을 줄이면 고객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ISA의 온라인 가입에 대해 동영상 교육을 필수로 시청하고 제대로 파악하고 가입했는지 여부를 사후에 물어보는 '해피콜'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 대한 고객 불만도 많다.
가입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 불필요한 설명은 많고, 정작 필요한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씨는 "쓸데없는 텍스트가 너무 많고 필요한 정보는 없어서 이 상품이 내가 원하는 게 맞는지 불안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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