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동산 전속 중개계약' 시장 활성화 효과 있을까

김진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1 16:45

수정 2016.05.01 22:06

"더 나은 거래문화의 시작" vs. "소비자 인식 변화없인 무용지물"
찬성 "불필요한 사회적비용 낭비 줄일 수 있다"
반대 "중개사간 '고객 뺏기' 경쟁 치열해질 것"
#.부산에서 부동산투자업을 하는 김모씨(52)는 최근 투자 대상을 부산·경남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김씨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투자 대상을 꼼꼼히 체크하는 스타일이라 그동안 부산·경남 지역 이외를 둘러볼 시간이 여의치 않아 부산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가 투자 대상을 전국으로 삼게 된 것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전속중개사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속중개사에게 '내가 어디를 알고 싶다'고 하면 내가 직접 가지 않고도 전속중개사가 발품을 팔아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며 "항상 맡기는 사람이라서 중개수수료를 법적 상한선보다 훨씬 후하게 쳐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일반 중개사보다 거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져 사업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비용 대비 만족도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서 모씨(57)는 10억원 안팎의 자금으로 투자할 아파트를 찾기 위해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인근 중개업자들에게 매물을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바쁜 시간에도 중개업자들이 수시로 전화벨을 울려대 가끔은 업무에 방해를 받기도 하지만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는 부동산 중개업소 한곳에만 매물을 알선해달라고 것보다 이게 낫다고 판단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서 씨는 "중개업자 1명에게만 매물 알선을 맡길 경우 업자가 나를 위해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대한 여러 중개업자들을 접촉해 매물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동산 전속 중개계약' 시장 활성화 효과 있을까

중개수수료 분쟁, 변호사의 부동산중개업 논란에 이어 부동산 '전속중개계약'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개수수료가 낮아졌지만 가격 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매물을 1명의 중개업자가 계약을 맺고 다뤄주는 전속중개서비스는 중개업자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소비자 비용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거래가 효과적이었는지 여부를 따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같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반값중개수수료' 정책을 내놓은 후 현재는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호응해 중개수수료가 떨어졌다. 당시 공인중개업계는 소비자 입장만 생각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컸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부동산 중개 전속계약 등을 도입해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자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부동산 전속중개계약, "있어봤자 무용지물" vs. "더 나은 거래문화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전속중개거래 도입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전속계약'제도, 소비자심리상 효과는 없을 것

일각에선 한국시장에서 '전속거래'시장이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내고 있다. 소비자심리상 여러 군데 매물을 내놓고 비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든 투자목적이든 전속이란 말은 (한국생리상) 성립이 안된다. 물론 알음알음은 있겠지만 소비자심리상 여러 군데 매물을 내놓고 가격을 재보고 싶을 것"이라며 "중개업계에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고객을 만들려다 보면 뺏고 뺏기는 경쟁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부동산중개업법에는 전속계약의 개념이 포함돼 있다. '독점중개의뢰계약'이란 용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뢰인과 중개업자 간의 합의만 있으면 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래서 암암리에 구두계약으로 진행되는 부분 말고는 제도가 이용되지 않고 있다. 전속계약을 하려 해도 그를 위한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전속계약이 일반화돼 있어 수요자와 중개업자의 책임과 의무, 요구사항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한성대 부동산학과 이용만 교수는 "미국은 멀티플 리스팅 시스템(Multiple Listing System·MLS)이라 해서 매도인이 계약한 1명의 중개인만 매물을 올릴 수 있다. 그러면 매수인 쪽 중개인이 찾아서 거래를 매칭시킨다"며 "MLS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도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속계약이 국내에서 실속 클 수도", 인식 개선돼야

전속계약이 수요자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매물을 여러 군데 내놓을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심리적 안정이 되지만 그만큼 허수 수요자들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일반구두계약 방식은 한 개의 매물에 여러 중개업자가 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요자가 자신의 집을 5명의 중개인에게 내놓을 경우 매물을 보여줄 기회는 커진다. 다만 최종계약자는 한 사람인데 설명부터 광고, 현장방문까지 보이지 않는 비용들이 5배 이상으로 오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이 나쁠 경우 방문하는 손님은 많고 실속 있는 계약자를 찾는 데는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일반계약을 여러 군데 뿌리는 게 실제로는 거래가 더 늦어진다"며 "자기가 계약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데 공인중개사가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 일에 소홀해지고 질적으로나 성공률로나 서비스가 떨어지는 거다. 그래서 전속계약 같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어 "국민인식이 바뀌기 쉽지 않으니까 국가가 전속계약으로 이뤄진 거래는 세금혜택을 주는 걸로 시작해서 인식 변화, 홍보와 설득, 공인중개사 교육 등을 지속하면서 앞으로 부동산거래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정지욱 연구실장은 "아직까지 전속계약은 요원하다. 어떤 제도나 시스템이 있다 해도 그 제도가 좋고 나쁘고는 둘째다.
사고파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 없이는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herok@fnnews.com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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