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ISA 의무할당 '묻지마 판매'.. 설명 안듣고 가입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3 18:17

수정 2016.04.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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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ISA 불완전판매.. 자발적 가입 고객 적어
1인당 20~200개 할당.. 지인들에 "해달라" 부탁
10만원·3개월짜리 남발.. 가입자 무관심도 한몫
#1.A씨는 최근 증권사 영업직원인 부인 B씨의 종용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했다. 상품 설명은 따로 듣지 않았다. 가족 간에 상품 특징이나 수익률 등 설명이 번거로워서다. A씨는 "여기, 여기, 여기 서명하라"는 B씨의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명했다. 이후 B씨가 일하는 증권사에서 확인전화가 세 통 걸려왔다. 상품 설명을 충분히 받았느냐는 질문에 A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잘못 대답하면 B씨가 경위서를 쓰는 등 곤혹스럽다는 것을 알아서다.

#2.40대 직장인 C씨는 단톡방에서 ISA 가입 권유를 받았다. 친구 동생이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 직원인데 영업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10만원을 3개월만 넣으면 수수료 및 세금을 떼고 1000원가량 수익이 나는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가입하라는 것이다. 원금과 투자수익은 약정계좌로 자동이체해 준다고 했다. 친구의 동생을 만나 10만원짜리 계좌를 개설하고 1만원권 커피 쿠폰을 선물로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ISA 의무할당 '묻지마 판매'.. 설명 안듣고 가입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ISA 깡통계좌 양산 등 금융시장이 불완전판매로 얼룩지고 있다.

은행, 증권사들이 불황을 겪으면서 금융상품 판매를 직원에게 할당하는 관행이 점차 심해지는 것이다. 개인들도 저금리.저성장 등으로 재테크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가 극성인 것은 이익 극대화만 노리는 금융사와 개인들의 낮은 금융지식 및 무관심의 합작품이란 지적도 나온다.

■할당량 채우려면 어쩔 수 없어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전 국민 유치전을 펼치는 ISA의 경우 불완전판매가 극성이다. 일부 은행, 증권사의 직원 할당량을 채우려는 편법판매가 난무해서다. 한 은행은 사원 일인당 6월까지 ISA 평균 200개 내외, 주당 10여개를 가입시켜 오라고 지시했다. 지점과 인력이 적은 증권사는 6월 말까지 일인당 20~100계좌를 할당하기도 했다.

영업 경험이 없는 한 대형 증권사 주식운용부서에서 일하는 D씨는 "아침마다 직원별로 계좌 유치실적을 비교하는 것도 모자라 카카오톡으로 영업활동을 했는지, 결혼식에서 지인들에게 가입자를 모았는지도 파악한다"며 "할당량을 채워야 하니까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그냥 해달라'고 조른다"고 말했다.

한 은행 창구직원 E씨는 ISA 영업압박에 못 이겨 요즘 고객에게 "사모님, 어르신 신분증 좀 주세요"라고 해서 복사해놨다. 불법인 것을 알지만 6월 말까지 영업사원 일인당 목표치 400개가 떨어지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E씨는 ELS 판매할 때처럼 "원금손실 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손실이 많이 난 적은 없고요, 수익성이 예금에 비해 좋아요"라고 판매한다. 20개 정도의 서류를 다 체크하면서 가입하려면 현실적으로 할당량을 채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불완전판매로 집단소송 등 공방을 벌였던 2013년 9월 동양사태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당시 동양증권 직원들은 고객성향 분석 없이 금리, 만기 등만 설명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등 전형적 불완전판매를 했다. 동양 사태 피해는 개인투자자 4만명,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동양증권 관련 임직원도 대규모 징계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동양증권 직원이었던 F씨는 "법정관리 직전까지 위에서 CP와 회사채를 팔라고 했다"라며 "고객뿐 아니라 우리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원금보장상품으론 재테크 힘들어

이같이 일반인까지 투자상품 불완전판매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도 초저금리로 원금보장이 되는 예.적금 이자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쳐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일반인의 재테크가 어려워지자 정부는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ISA 등 절세 금융상품을 도입했다. ISA는 일본·영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했지만 우리는 세금혜택이 적어 상품의 메리트가 낮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세정당국의 적극적인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했는데 기대 이하"라며 "매력이 낮은 상품을 가입하라고 과열경쟁하니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은행 창구직원 G씨는 "안 좋은 보도가 많이 나와 ISA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겠다는 고객이 많지 않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면서 퇴직연금 등 각종 연금 절세한도를 채운 후 ISA에 돈을 넣을 여력이 있는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초기 ISA 관련 판매직원 교육도 부실했다. G씨는 또 "ISA 판매와 관련, 특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며 "팀장급 이상만 따로 관련 연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형 증권사가 주력하는 ELS형 ISA 판매 압박도 급작스럽게 닥쳤다. ELS 상품을 판매하려면 이른바 '금융 3종 자격증' 가운데 하나인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인력을 갖춘 증권사와 달리 상당수 은행원은 자격증이 없다.

은행원 F씨는 "ELS형 ISA는 기본 청약금 단위가 100만원이라 판매액 확대가 용이하다"며 "회사에서 주경야독이라도 해 자격증을 따내라고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금융 무관심도 문제

가입자의 무관심도 불완전판매를 양산하는 데 일조했다.
최근 은행원 친구의 부탁으로 ISA에 가입한 직장인 K씨는 "절친한 친구에게 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보여줘야 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며 "이것저것 따져 물을 겨를도 없이 그냥 덮어놓고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충분한 정보로 나중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지만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K씨는 "그냥 친구 돕는 셈치고 소액만 넣을 것"이라며 "피해를 본다고 해도 큰 금액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원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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