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험 대신 수행평가만으로 성적 매긴다면?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3 15:58

수정 2016.03.13 15:58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험 대신 수행평가만으로 성적 매긴다면?

"지금도 부담스러운데 수행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찬성하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중·고교생 학부모 A씨)

"교사들의 학생평가업무 부담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경기도 지역 B교사)

"토론·관찰·협동학습 등 수업시간에 이뤄지는 과정중심의 활동을 평가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다"(교육부 관계자)

교육부가 수행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교과의 성격에 따라서는 지필고사를 보지 않고 수행평가만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는 것도 가능하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교과공부 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더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교사들은 평가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결과물이 아니라 수업활동 안 모습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평가기준·사교육 논란에 선을 그었다.

■수행평가로 지필시험 대체 가능

교육부는 지난 3일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는 기존 지침을 '수업활동과 연계하여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할 수 있다'로 바꾸는 내용의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의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교과의 특성상 수행평가만으로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가 필요한 과목은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의거하여 학교학업성적관리규정으로 정하여 실시할 수 있다'로 바꿨다.


평가방식의 자율성을 높인 것으로, 지금까지 지필시험+수행평가로 매겨지던 학생 성적을 수행평가만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체육ㆍ예술교과(군)의 체육, 음악, 미술관련 일반과목은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산출하여 교과학습발달상황 평가를 실시할수 없다'는 기존 조항을 삭제해 수행평가만으로 학생 성적을 매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개정안을 수용해 수행평가 비중확대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 중등 평가 시행 계획'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지필평가 횟수를 줄이고 필요한 경우 수행평가만으로 평가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수행평가와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45%로 유지하되 확대를 권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의 교육과정이나 수업형태는 과정 중심으로 이뤄진다"면서 "수업시간에 이뤄지는 여러가지 활동을 평가하는 것이지, 기존에 과제를 줘서 결과물을 평가하는 형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통과 다양한 체험, 학생주도적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수업방식에 맞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특히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분석해 성취수준이나 평가기준을 만들고 공개를 한다"면서 "기존의 수행평가에서 우려되는 객관성이나 사교육 논란이 개입할 수 없는게 지금의 학교 현장"이라고 못박았다.

평가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의 개정안은 4월중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학부모들 "수행평가 100%는 곤란"

학부모들은 결과만이 아닌 과정을 보겠다는 교육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필고사 100% 대체에는 난색을 보인다. 학교생활특히 예·체능 교과에서 100% 수행평가가 이뤄질 경우 만회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중학생·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서울 노원구)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그림을 잘 못 그리는데 지필고사로 어느 정도 만회하고 있다"면서 "만약 수행평가 100%가 되면 등수가 뒤로 확 밀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경우 내신 관리를 위해 별도로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하고 100% 적용된다면 이를 위해 사교육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김씨는 "평소에 교사와 친한 아이들이 성적을 더 잘 받지 않겠느냐"면서 "수행평가 비중이 높아지는 게 학부모들로서는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행평가 비중이 확대 된다면 그만큼 평가 방식이 고도화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1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 교사는 "국어과목의 경우 시·감상문을 쓰거나 다른 학생들의 작품·발표 등을 평가하는 식의 활동을 하는데 일일이 세심하게 체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은 두번, 세번 읽어봐야 하고 사실 주관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가의 객관성 부분은 교사들도 능숙해져야 연구를 많이 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의 경우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학습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형순 아이스크림 홈런 초등학습연구소장은 "수행평가는 교과서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결과보다 수업에 충실하도록 과정을 중요시 하는 데 취지가 있는 만큼 학교공부와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도록 아이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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