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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수요자 "과도한 조치… 국민만 피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1 17:44

수정 2016.02.21 17:44

은행 집단대출 심사 강화 "리스크 관리 강화 일환" "정부 정책과 별도로 자산 건전성 차원일 뿐"
건설사·소비자는 불만 "한달새 주택대출금리 1%P 상승 말이 되냐"
정부는 애매모호한 태도 "집단대출 규제 않지만 은행 자체 일.. 관여 못해"
"지난해 10월 계약 당시 안내받았던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2% 중반대였는데 최근 3.47%로 결정됐어요. 몇 번의 도전 끝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갑작스러운 중도금 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제가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A아파트 입주예정자 B씨)

"지난해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중도금 집단대출도 마찬가지예요. 정부 지침에서 빠졌다고 한들 은행 자체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심사강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C은행 대출심사 담당자 D씨)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이 상담석에서 분양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이 상담석에서 분양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이뤄지는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 강화를 두고 금융업계와 주택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입주계약자 전체가 시공사 또는 시행사의 연대보증이나 공공기관의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중도금.잔금 등을 일괄적으로 대출받는 것으로, 이번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서는 제외됐으나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으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은행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집단대출 심사를 좀 더 강화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주택업계는 대출 거부.중단, 조건부 대출승인 등으로 주택사업자와 분양받는 사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리스크 관리 차원

21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 10월부터 계약자 개개인의 소득증빙을 요구하거나 분양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등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공급량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향후 2~3년 뒤 입주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한 시중은행 대출심사 담당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공급량이 늘면서 집단대출 유입이 증가했다.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를 강화했다"며 "정부가 집단대출 규제를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했지만 정책적 방향은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금융감독원에서 자제 요청이 있었던 데다 향후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우리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집단대출을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미입주가 우려되거나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곳, 계약해지 가능성이 높거나 계약이행 가능성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택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물량은 76만가구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3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51만5251가구)보다 48.5% 증가한 수치다.

■집단대출 심사 강화로 시장 위축

주택업계의 목소리는 다르다. 정부가 갑작스러운 주택시장 냉각을 우려해 집단대출을 규제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은행권이 규제를 지속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은행에 나가보면 중도금 집단대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대출금리가 계약 당시 시점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집단대출이 거부 또는 보류된 사업장은 총 30곳, 3만3970가구로 대출금 기준으로 약 5조2200억원 규모다. 전체 65개 회원사 중 15곳이 이 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2금융권.지방은행의 대출이 불가피해지면서 주택수요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집단대출 금리는 지난해 2% 중후반대에서 현재 3% 중후반, 많게는 5%까지 올랐다.

한 아파트 분양계약자는 "1~2개월 차로 집단대출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2금융권으로 바뀌면서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향후 입주를 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은행 심사태도, 정부 권한 아냐

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애매하다. 집단대출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그대로이지만 개별 은행의 심사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이 분양률이나 사업타당성이 낮은 곳에 대한 대출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금융당국이 은행에 리스크를 잘 관리하라고 주문할 수는 있다. 그림자 규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이 지금껏 대규모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마진 없이 집단대출을 내줬던 게 사실"이라며 "정상화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올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조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국토교통부는 심사 강화를 두고 논란이 일자 시행 시기에 대해 고민하는 눈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보증조건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지금은 적정한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집단대출의 성격이 결국 분양받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이 보다 유연하게 판단해 건전한 건설업체나 분양받는 사람에게까지 불편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집단대출은 규모나 건전성 측면에서 금리 격차에 따른 추가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내면서 규제할 만한 대상이 아니지만 은행권의 심사 강화로 분양받는 사람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집단대출이 금융기관의 그림자 규제를 받지 않도록 정부의 명확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집단대출은 지난해 9월 기준 가계신용의 3.6% 규모로 연체율이 2011년 이후 최저치인 0.53%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숭실대 윤석헌 금융학부 교수는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큰 게 사실이다.
지금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라며 "오히려 정부가 위험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금융기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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