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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의 2016년, ‘검사외전’으로 시작합니다

입력 2016.02.05 10:48수정 2016.02.05 10:48


[fn★인터뷰] 황정민의 2016년, ‘검사외전’으로 시작합니다

지난 2015년 영화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로 흥행 신화를 썼던 배우 황정민이 해가 바뀌기 무섭게 새로운 대작 ‘검사외전’을 내놓았다. 황정민의 한 해가 또 다시 시작된 것.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 분)과 손잡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을 벌이는 범죄오락물이다.

‘검사외전’은 검사와 사기꾼이라는 조화롭지 못한 캐릭터들이 만나 입체적인 호흡을 펼치며 예상치 못한 웃음 코드로 관객들을 웃기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이번 작품은 배우 황정민에게도 힐링이 되는 작품이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이렇게 쉽게 읽혀도 돼?’할 정도로 너무 쉽게 후루룩 읽혔어요. 물론 영화를 통해 커다란 메시지를 줄 수도 있겠지만, 이런 팝콘 영화도 있는 거니까요. 게다가 ‘히말라야’를 끝내놓고 나서 본 대본이라 더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저 스스로 힐링도 됐거든요. 상처 났던 부분에 밴드를 붙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느낌을 받았죠. ‘히말라야’에서는 처음으로 산악 영화에 도전해야 했고, 대장으로서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책임감이 컸던 것 같아요.”

앞서 황정민은 ‘히말라야’에서 정우, ‘베테랑’에서 유아인, ‘신세계’에서는 이정재, ‘부당거래’에서는 류승범 등과 호흡을 맞췄고, 강동원 역시 ‘검은사제들’에서 김윤석,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하정우, ‘초능력자’에서는 고수 등 많은 남자배우들과 함께 ‘남남(男男) 케미’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유독 이 둘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다. 황정민 역시 관전 포인트를 “강동원”이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만큼 이 둘의 케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작년에 저도 영화를 많이 찍었고, 동원이도 ‘검은사제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지 않나 싶어요. 얼마 전에 레드카페트 행사를 했는데 그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실지 몰랐거든요. 다 강동원 효과가 아닌가 싶어요.(웃음) 첫 촬영이 교도소 평상에 앉아서 계란을 먹는 신이었는데,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고 각자 자신의 캐릭터 모습으로 앉아만 있었는데 그 투샷이 좋더라고요. 이렇게만 가면 좋겠다 싶었죠.”

[fn★인터뷰] 황정민의 2016년, ‘검사외전’으로 시작합니다

황정민이 강동원을 아바타로 조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행동은 교도소 밖에 나가게 된 강동원이 행한다. 앞서 황정민은 “나는 수족관의 광어고, 강동원은 팔딱팔딱 뛰는 활어다”라고 말한 바 있듯 상대 캐릭터에 비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는 않았을까.

“치원 역이 톡톡 튀는 역할이라 캐릭터로 보면 정말 좋은 역할이에요. 그래서 좋은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싶었고, 강동원이 한다고 했을 때는 쌍수를 들었죠.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광어는 광어로서의 느낌이 있으니까요.(웃음) 가벼운 톤은 한 사람으로 족해요. 재욱이란 인물까지 비슷한 인물을 연기했다면 영화가 붕 뜨지 않았을까요. 밑바닥에서 판을 잘 깔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황정민이 맡은 변재욱은 거친 수사 방식으로 유명한 검사로 취조 중이던 피의자가 사망해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선고 받는 인물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유쾌한 분위기 안에서 황정민은 변재욱 만의 진중한 느낌을 만들어야 했으며, 꽤 오랫동안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하는 인물의 변화 역시 드러내야 했다.

"5년이란 세월 동안 변재욱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키득대는 장면이 꽤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삭제하고 정리를 다시 했죠. 억울하게 감옥에 가게 됐지만 폭력이란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니까요. 이전에는 자신이 검사이기 때문에 폭력이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지만, 감옥에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거예요. 이런 부분을 아주 심도 있게 다루고 싶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변재욱 캐릭터에게는 이런 부분도 중요할 것 같았어요.”

이번 영화에서 황정민은 거의 모든 신을 감옥에서 죄수복을 입고 촬영했다. 데님 소재로 만들어져 활동적인 느낌부터 시간의 흐름까지 보여주며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켜줬던 의상은 ‘검사외전’의 특별 부록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감옥에 계속 있을 걸 그랬어요. 정말 편했거든요. 죄수복도 고무줄로 돼 있어서 잠옷으로 입어도 될 것 같았어요.(웃음) 물론 진짜 죄수복이었으면 편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에요. 처음 의상을 보고 죄수복이 이런 식으로 가도 될까 라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실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락 영화의 세트이기 때문에 충분히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fn★인터뷰] 황정민의 2016년, ‘검사외전’으로 시작합니다

많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고 배우들이 소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황정민은 색다른 소품을 준비했다. 영화 초반 검사실에서 밤을 새면서 그는 ‘히말라야’에 나올 법한 침낭 속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침낭을 쓴 것 자체가 애드리브는 아니었어요. 현장에서 준비해준 침낭이 있었는데 얇고 머리가 안 들어가서 침낭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있는 침낭을 가지고 와서 썼죠. ‘히말라야’촬영 당시 쓰던 침낭이었어요. 영화 안에 나온 침낭은 아니고 평소 대기할 때 쓰던 거예요.”

이렇게 모든 현장을 ‘황정민화’시켰던 그는 ‘국제시장’이 잘 됐을 때 ‘히말라야’를 찍었고, ‘베테랑’이 잘됐을 때는 ‘검사외전’을, ‘히말라야’가 잘 됐을 때는 ‘아수라’를 찍었다. 이미 찍어둔 ‘곡성’은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재는 ‘오케피’로 뮤지컬 팬들을 만나고 있다.
촬영 준비 중인 ‘군함도’까지 대한민국 어떤 배우보다 ‘열 일’하고 있는 황정민의 힐링 타임이 궁금해졌다.

“일 하는 것이 재밌어요. 나중에 일 없을 때는 계속 잘 텐데 자는 시간이 아까워요. 평소 4~5시간 정도 자는데, 24시간 중에 오롯이 나 혼자만 있는 시간을 즐겨요. 그래서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차 마시고 앉아있죠. 그 힘으로 하루를 버티는 것 같아요.”

황정민은 ‘천만 배우’, ‘다음 작품 역시 천만이 기대되는 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배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정민이 사람들에게 진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천만 배우’보다는 ‘(얼굴이) 빨간 배우’로 정평이 나있죠.(웃음) 어렸을 때 저도 어떤 배우가 어떤 작품에 출연한다고 하면, 그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꼭 보고 싶었던 경우가 있었어요.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자신들의 자식에게 소게할 때 ‘얼굴은 빨갛지만 영화는 재밌었어’라고 말해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검사외전’은 지난 3일 개봉했으며,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이틀 만에 누적관객수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