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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단벌 패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31 16:45

수정 2016.01.31 16:45

옷이 날개라고 한다. 실제로 멋진 옷을 입으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 고급 옷을 찾는 이유일 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옷을 잘 입는 편이다. 기성복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뒤지지 않는다. 백화점에 가면 눈 둘 곳을 모를 정도다.
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동대문 패션도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꼭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의류 거리도 많다. 서울 홍대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은 첨단 패션을 선도한다.

재계 인사나 정치인 중 멋쟁이들이 많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패셔니스타다. 이 회장은 옷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 회장이 즐겨 입는 슈트는 이탈리아 3대 수제 정장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키톤이다. 키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남성 정장 브랜드다. 이 회장은 이탈리아를 방문할 때 직접 들러 양복을 맞추곤 했다. 키톤의 양복 한 벌은 800만원에서 1200만원 정도다. 물론 더 비싼 것도 있다고 하니 일반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재산 450억달러(약 52조원)로 세계 7위 부호인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의 패션은 늘 화제다. 딸 맥스가 태어난 후 2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던 저커버그가 최근 업무에 복귀하면서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옷장을 공개했다. 사진에 찍힌 옷장에는 옅은 회색 반팔 티셔츠 9벌과 푸른 빛이 도는 짙은 회색이 섞인 후디 6벌이 전부였다. 슈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회색 반팔 티셔츠와 후디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거의 같은 모습이다. 단벌 신사라고 할까.

저커버그가 단벌 패션의 효시는 아니다. 앞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검정 터틀넥 티셔츠에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스니커즈로 멋(?)을 냈다. 아인슈타인은 회색 슈트로 대변된다. 전기작가들은 "아인슈타인이 교복처럼 입던 회색 정장은 그의 둘째 부인이 입혀준 것이며, 훗날 그는 다양한 색깔의 스웨터 등을 즐겨 입었다"고 기록했다. 미국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도 기숙학교 시절 교복 재킷을 지금까지 매일 입고 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단벌 패션을 고집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왜 회색 티셔츠만 입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내 삶을 간결하게 만들고 싶다"면서 "공동체에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최소의 의사결정만 하고 싶다"고 답했단다.
페이스북이 고속 질주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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