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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1)연말정산 "세금 폭탄" 불만 vs. 소비 환급 "보너스"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7 17:18

수정 2016.01.17 17:18

부양가족 공제 축소 등 환급액 줄어 불평 고조
"작년 수백만원 토해내 올해는 대출까지 준비"
해외근무 했던 직장인 소비금액 반영 의미 커
온라인간소화서비스 등 "세계적 서비스" 긍정적
누구에게는 '13월의 보너스'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세금폭탄'이다.

연말정산이 지난 15일 시작된 가운데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비지출이 많거나 해외 직장생활 경험자들은 "소비에 대한 환급개념인 데다 절차도 간편하다"며 연말정산을 반기고 있다. 반대로 '세금폭탄'이 예상되는 직장인들의 경우 은행 대출까지 준비하면서 거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일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고, 부양가족 공제가 축소되면서 환급액이 줄었고, '연말정산 대란'에 대한 불평.불만이 고조돼 왔다. 개인별로 다르지만 올해도 연봉 7000만원 이상 근로자들의 세금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1)연말정산 "세금 폭탄" 불만 vs. 소비 환급 "보너스"


■출산 장려하면서 자녀 세금혜택 줄여

모 금융업체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는 B씨는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수백만원을 토해냈는데 당장 목돈이 없어 힘들었다"라며 "올해는 연말정산에 대비해서 대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직장 초년생들은 연말정산 관련 세법.용어 등의 어려움, 기부금 등 증빙자료 수집 등 절차가 까다롭다고 하소연한다. 올해 연말정산을 처음한다는 직장인 A씨(25.여)는 "부양가족도 없고, 연금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같은 절세 금융상품에도 가입하지 못했다"라며 "월급이 적어 세금이 적다고 하지만 세금을 토해낸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니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더구나 정부에서 인구감소를 이유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연말정산 세금지원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부터 다자녀 추가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등 정부의 출산장려 구호와 실제 정책은 불일치하다는 지적이다.

고등학교 교사인 C씨(44)는 "연봉 5000만원 수준의 외벌이에 아이가 3명인데 서울에서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자녀 관련 공제액이 줄면서 세금환급액이 20% 정도 축소돼 생계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절세 금융상품도 줄고 있어 연말정산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업계 종사자인 D씨(48)는 "근로자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비과세 금융상품이 많이 줄었다"면서 "소장펀드, 재형저축도 이제 가입할 수도 없게 됐다. 어떻게 절세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기부금, 안경점 등 영수증을 따로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불편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회사원 E씨(27)는 "회사에서 교육도 안해줄뿐더러 연말정산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본인들도 시달려서 그런지 짜증만 낸다"며 "기부금 영수증, 안경점에서 산 렌즈 영수증을 따로 챙겨야 한다는데 모르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다시 챙기나. 그냥 포기하지"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F씨(28.여)는 "안경 렌즈를 자주 사는데 자동화가 안돼 직접 가서 증빙 받는 것이 불편하다"라며 "세대주가 아니면 주택청약통장 공제혜택을 못 받는 것도 불만"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G씨(36)는 "공제혜택을 정부 시책에 맞춰 시행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자주 바뀌는 게 문제"라며 "기부금 등 예전부터 진위 때문에 논란되는 것은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출 많은 직장인, 해외근무 경험자 '호평'

부양가족이 많거나 지출이 많은 직장인, 해외 근무를 경험한 이들은 연말정산에 대한 혜택을 강조한다. 또 온라인간소화서비스 등이 세계적인 수준의 서비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사 H씨(52)는 "애초 세금을 징수할 때 잘하면 좋겠지만 교육비 지출도 크고 가족도 많은 입장에서는 연말정산이 생계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의 연말정산과 비슷한 '텍스 리턴(Tax Return)'이 있다. 회사에서 도와주지 않고, 본인이 직접 처리해 연방국세청(IRS)과 거주하는 주의 세금담당부서에 보고해야 한다. 미국에서 근무했었다는 한 직장인은 "보통 40~60달러짜리 텍스 리턴 소프트웨어를 사서 작성하거나 세무사.회계사 등에 의뢰한다"며 "잘못 신고했다가는 의도하지 않은 탈세 등에 시달릴 수 있어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충실히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개인의 소비에 대한 연말정산 자체가 없어 한국의 제도를 부러워했다. 모 은행 런던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30)은 "한국의 연말정산은 세액을 조정하기보다는 소비액을 반영해준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월세가 비싼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한국식으로 여기서 연말정산을 하면 많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홈텍스 홈페이지의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 서비스로 보험료.의료비 등 13개 공제항목 증빙자료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또 작년까지 소득공제신고서를 수기로 작성해 회사에 제출했지만 올해부터 홈텍스로 온라인상에서 제출할 수도 있어 편의성이 높아졌다.


보험사 직원 H씨(45)는 "과거에는 신용카드, 의료비 사용액 등 모든 서류를 취합해서 제출해야 했는데 이제 온라인에서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서비스 등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원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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