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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9) 연말 거리에 캐럴이 사라진 이유.. 저작권 문제? 소음규제 탓?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0 17:30

수정 2015.12.20 19:54

저작권 문제? 3천㎡미만 점포엔 무료… 저작권協 "비용부담에 안튼다는건 억측"
소음규제 탓? 주거지역 옥외 소음기준 낮 65㏈ 이하…위반땐 과태료 물 수 있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9) 연말 거리에 캐럴이 사라진 이유.. 저작권 문제? 소음규제 탓?


예전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한껏 축제 분위기를 만들면서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곤 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별 장식과 눈꽃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와 눈썰매를 끄는 루돌프사슴, 빨간 양말 속에 감춰진 선물에 대한 기대감 등을 연상시키며 이유없이 우리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와도 거리에서 소음처럼 들렸던 캐럴이 종적을 감췄다. 그저 백화점이나 음반 매장에서 귀에 익은 캐럴 몇 곡만 간간이 흘러나올 뿐이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한껏 띄워줬던 크리스마스 캐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좀처럼 느낄 수 없다.


신규 캐럴 음반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그나마 꾸준히 나가는 음반도 신규 음반보다는 머라이어 캐리의 '메리 크리스마스'(1994년)나 그룹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수록된 '뮤직 프롬 디 엣지 오브 헤븐'(1985년) 앨범 등 스테디셀러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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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은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경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지난 2013년 시작된 하이마트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수억원대 음원 사용료 소송 분쟁이 '조용한 크리스마스'에 불을 지폈다고 보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뮤직이 기존 CD 음반을 대체하면서 음원 사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매장 3000㎡ 미만 점포, 저작권료 안내도 돼

하지만 매장 규모가 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이미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어 문제가 없고, 소규모 점포는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법상으론 크리스마스 캐럴을 트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저작권법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매장 또는 옥외에서 음악을 사용할 경우 규모에 따라 음원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3000㎡(약 900평) 미만의 소규모 점포는 현재 저작권법상 음악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징수할 수 없게 돼있다.

현재 저작권법에 따르면 △3000㎡ 이상 5000㎡ 미만 점포 8만원 △5000㎡ 이상 1만㎡ 미만 15만원 △1만㎡ 이상 1만5000㎡ 미만 30만원 △1만5000㎡ 이상 2만㎡ 미만 50만원 △2만㎡ 이상 3만㎡ 미만 70만원 △3만㎡ 이상 4만㎡ 미만 90만원 △4만㎡ 이상 5만㎡ 미만 110만원 △5만㎡ 이상 130만원의 저작권료를 매달 지급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3000㎡ 미만의 소규모 점포는 현행 저작권법상 음악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징수할 수 없다. 그러니 대부분의 소규모 점포는 음악을 마음대로 틀어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관리하고 있는 음악의 비율은 국내외 음악 중 약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거의 대부분의 음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크리스마스 캐럴이 저작권료 때문에 거리에서 안 들린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으나 이는 오보이거나 억측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생활소음 규제·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이 원인?

정작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사라진 이유는 저작권법 때문이 아니라 생활소음 규제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생활소음 규제가 '조용한 크리스마스'에 한몫했다는 얘기다. 생활소음 규제란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주민의 평온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장 및 공사장 등에서 발생되는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규제 대상은 확성기에 의한 소음, 공사장·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이며 이를 어기거나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초과해 소음·진동을 발생시키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활소음 규제기준에 따르면 주거지역 등의 경우 옥외에 설치한 확성기는 주간 65㏈, 야간 60㏈ 이하여야 한다(통상 사람들 간의 대화 소리가 40㏈, 세탁기나 전화벨 소리가 60~65㏈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이들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점포에서 외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크게 틀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또 예전에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상점들이 에어컨, 난방기를 틀면서도 이른바 '개문(開門)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점포 안에서 캐럴을 틀면 행인들이 이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정부가 시행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으로 인해 사실상 난방을 하면서 문을 열 수 없게 됐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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