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34)CCTV 설치 "아이 안전위해 필수" vs. "인권침해"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5 15:10

수정 2015.11.15 15:13

"네트워크 폐쇄회로(CC)TV를 허용하지 않는 베이비시터는 절대 채용하지 않아요."
최근 부모가 일하는 시간 동안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선 '네트워크 CCTV' 설치가 필수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린이 폭행 등 흉흉한 사건이 잊을만 하면 일어나고 있는데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CCTV 설치를 반대하는 베이비시터는 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예상대로 인터넷에는 "24시간 감시는 인권침해다. 최소한의 믿음없이 아이를 맡기는 건 말이 안된다"며 비난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서 CCTV 설치가 아이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살짜리 아이를 둔 직장인 김은영(33.가명)씨는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는 베이비시터에게도 미안하고, CCTV로 감시(?)하는 것도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CCTV 설치가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집안에 LG유플러스 네트워크CCTV 맘카2를 설치한 후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베이비시터와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화면
▲집안에 LG유플러스 네트워크CCTV 맘카2를 설치한 후 외부에서 스마트폰으로 베이비시터와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화면
파이낸셜뉴스는 네트워크 CCTV에 대한 부모,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교사 등 다양한 입장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의견들을 들어봤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와 티브로드 등 케이블업체들은 네트워크 CCTV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네트워크 CCTV는 일반 CCTV와 달리 인터넷에 연결돼 PC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기기에 화상을 실시간 송출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다. 별도의 녹화기가 없어도 카메라만 설치해 놓으면 실시간으로 편하게 지정 장소를 살펴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B홈 CCTV 안심캠, KT는 기가홈캠, LG유플러스는 맘카1·2를 서비스 중이며 월 7000원 안팎의 사용료를 내면 직장에서 부모가 집안의 아이가 활동하고 있는 공간을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지켜볼 수 있다. 별도 화면캡처 기능이 있어 필요한 화면을 저장해 둘 수 있고, 음성 인식, 카메라 각도조절이 가능하다.

■"아이 안전은 물론 보고싶을 때 아이와 대화도"...네트워크 CCTV 찬성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 수요도 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메뭐 줄 대안으로 네트워크 CCTV가 필수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는 이유는 각각 다르다. 베이비시터가 혹시 아이에게 해를 가할까 걱정하는 마음에 감시용(?)으로 설치하는 부모도 있지만, 베이비시터는 믿지만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조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네트워크CCTV를 설치하는 부모도 많다.

직장인 엄마인 이은혜(39.가명)씨는 "4살짜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큰 문제가 있었던건 아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일일이 파악해야 아이를 교육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어린이집에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단 아이의 생활을 보고싶은 마음에서 CCTV를 열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같은 이유로 집에도 네트워크 CCTV 설치를 고려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직장인 엄마 박효주(31.가명)씨는 "모든 베이비시터나 어린이집 교사분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끔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인다는 이야기도 있어 불안한 마음에 집에 네트워크CCTV를 설치하게됐다"며 "실제로 아이가 아플 때 시터와 문자나 전화통화 보다 직접 CCTV로 살펴보니 훨씬 안심이 되고 대응도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 돌보는 사람의 인권도 보호해야"...감시사회 반대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도록 해 달라는 부모들의 요구에 대부분의 베이비시터들은 감시받는 기분에 꺼려지지만, 이를 거절하면 일을 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하곤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맞벌이 부부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김영숙(51.가명)씨는 "처음에 부모측에서 거실과 아이방에 모두 CCTV를 설치한다고해서 거실이나 방 한 곳에만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옷을 갈아입거나 통화를 하는 등 개인생활까지 완전히 침해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베이비시터나 어린이집 교사들, 그리고 일부 부모들도 네트워크 CCTV 설치는 안전하게 아이를 맡기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를 둔 엄마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인터넷 맘스홀릭 카페에는 "CCTV를 설치한 후 결국 본인을 못믿는다고 느꼈는지 결국은 금방 그만두게 되더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베이비시터는 "CCTV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모두 일을 해보았는데, CCTV가 있는 경우 아이에게 접촉을 하는 것 하나하나 신경을 쓰게 되더라"며 "부모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진심으로 아이를 대하게 되지 않더라"고 말했다.

■"가정아닌 공공기관 도입은 위험 소지 커"
최근에는 네트워크 CCTV 설치를 가정집을 넘어 어린이집 등 부모와 떨어진 아이가 머무르는 공공기관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어린이집 대부분 CCTV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 중 네트워크 CCTV는 6.1%(3108대), 나머지 93.9%(4만 8236대)는 일반 CCTV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일반 CCTV가 아닌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는 건 아직까지 인권침해 소지가 더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공기관 설치는 교사는 물론 아이들의 인권도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구립 어린이집 교사는 "일부 교사들은 오히려 아이가 다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네트워크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렇게 표면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여러명의 교사와 수 십명의 아이들이 공동생활하는 공간을 모든 부모들이 보게된다면 단순히 교사의 인권침해를 넘어 아이들 개개인의 인권도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예를들어 성격이 좀 괴팍한 아이나, 아직 소변을 못가리는 아이가 있을 경우, 부모들은 그 아이와 자신의 아이가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게 되고, 결국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또래문화가 편향적으로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5세 딸 아이를 둔 직장인 아빠 김철민(36.,가명)씨는 "가정이 아닌 공공기관의 네트워크 CCTV는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위험한 듯하다"며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 성향이나 얼굴을 외부인이 파악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듯 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