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1) 공매도의 명암 "투기 목적 주가하락 부추겨" vs. "시장가격 왜곡 해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5 17:18

수정 2015.10.25 17:20

"외국인·기관투자가 위주.. 개인에게 불리"
"주가하락시 유동성 공급.. 제도금지 안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1) 공매도의 명암 "투기 목적 주가하락 부추겨" vs. "시장가격 왜곡 해소"


#. 지난 2011년부터 공매도와 루머에 시달리던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공매도 세력 때문에 경영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 국내 증시가 200포인트 이상 출렁거린 지난 8월 하루 평균 4891억원 규모의 공매도가 발생했다. 하루 전체 거래금액의 5%를 훌쩍 넘는 규모였다.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가 시장 약세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空)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그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팔고 이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들이 '롱숏 전략'을 구사하면서 공매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반도체 업황이 불안할 때 삼성전자 주식을 사두는 대신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공매도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문투자자 중심일 수밖에 없는 공매도 제도 자체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데다 주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공매도가 시장 가격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개인에게 불리…주가왜곡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대규모로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공매도를 주로 활용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규모로 투자하는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데 있다. 투자심리를 자극해 주가를 더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 트레이더 유모씨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위주로 공매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주식을 빌릴 데가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많은 회사에 직접 투자하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페어 플레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없어진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면서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주에 대해 공매도가 이뤄지면서 주가왜곡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단순히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대량으로 공매도해놓고 이후 수익을 얻는 일부 투자자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투자자 권모씨는 "위험회피용으로 공매도를 실행하기보다는 실적이나 업황이 나빠지는 특정 회사 주식을 미리 팔아서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투기 목적으로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투자자들과 이를 부추기는 증권사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투자자 결정…제도적 금지 안 돼

반면 공매도를 지지하는 쪽에 선 사람들은 악용 사례보다는 순기능에 더 주목했다.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부추긴다기보다는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다투는 것과 같다. 시장이 균형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공매도는 오히려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공범이 공매도라는 우려를 내놓는데 실제로 분석해보면 주가가 하락하면서 공매도를 유발하는 것"이라며 "공매도 자체가 주가 하락 시 유동성을 주고, 가격결정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에 대한 오해가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예상할 때 신용거래 제도가 있듯 공매도도 주가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동일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투자연구소 연구원 신모씨는 "투자 결정이나 선택권은 투자자에게 줘야 하는 것이지 제도 차원에서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공매도가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시장은 자연스럽게 균형가격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원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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