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사태 '타결']국민투표 후 그리스는... '격변과 혼동의 2주'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3 16:06

수정 2015.07.13 16:06

격변과 혼돈의 2주였다. 그리스가 채권단의 구제금융 방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선언한 뒤로는 상황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리스의 행보는 두차례에 걸쳐 23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데 이어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국가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거침없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예상밖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먼저 예상을 깬 것은 지난달 26일 새벽 1시에 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국민투표 선언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채권단의 제안이 '최후통첩'이라고 비난하며 7월 5일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치프라스 통리의 도발 탓에 같은 날 예정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는 성과없이 끝났고 이어 그리스 집권당과 유로존 리더들의 기싸움은 시작됐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당시 그리스 재무장관은 "구제 금융안을 개선해야만 국민들이 채권단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고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추가 논의와 협상을 불가능하며 그리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중 은행의 영업을 전면 중단하며 본격적인 자본통제에 들어갔다. 해외 송금은 제한됐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하루 인출액은 60유로로 제한됐다. 은행 앞에는 돈을 찾기 위한 인파가 길게 줄을 섰고 은행에서 나눠준 번호표를 받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되자 아테네 등에서는 시리자 지지층 1000여명이 채권단의 개혁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하루 뒤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할 15억4000만유로 상환에 실패해 기술적 디폴트 상황에 빠졌다. 수입에 의존했던 식료품 가격은 오르고 인슐린등 주요 의약품은 동이 나는 등 그리스 국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느낄만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자 그리스는 유로존에 갑작스레 3차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구제금융규모는 2015년~2017년 채무상환을 위해 쓸 291억5000만유로였다.

유로존은 국민투표를 연기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를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투표는 그대로 진행됐다. 5일 치러진 투표는 채권단의 경제개혁안을 반대하는 표가 61.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실상 집권 시리자의 승리였다. 이에 치프라스는 "48시간 이내에 부채 탕감 등 새 협상안을 타결하겠다"고 공언했고 그리스 시민들은 '채권단에 맞서 이겼다'는 기쁨에 축제를 즐겼다.

다음날에는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물러났다.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나오면 사임하겠다는 그가 '반대'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임을 한 것이다. 이미 채권단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만큼 국민투표 이후의 협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물러난다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퇴 이후 채권단은 초강경입장으로 돌아섰다.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을 주축으로 하는 국제채권단은 그리스에 최후 통첩을 했고 긴급유동성지원(ELA) 연장 중단까지 거론됐다.

12일(현지시간)에는 그리스 위기를 논하기 위해 28개국 정상을 브뤼셀로 호출했지만 이는 회의를 6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앞서 11일에 열린 유로그룹 회의도 결론을 못내고 12일 다시 열렸다. 유로그룹회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에 필요한 자금은 740억 유로로 2주간 자본통제상태였던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하는데에만 250억유로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치프라스 정권을 지지하며 승리감에 취해 있던 그리스인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제 3차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120억유로(15조 1000억원)규모의 재정지출감축안을 제출한 것이 밝혀지면서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채권단이 제시한 재정지출감축폭인 80억유로보다 40억 유로나 많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민투표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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