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최다 연패’ 한화도 접고 갈 프로스포츠 연패 사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17 09:40 수정 : 2013.04.17 09:40
ⓒ뉴시스

지난 14일 한화가 개막 최다 13연패 기록을 새롭게 떠안고 말았다. 종전 2003년 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개막 직후 12연패를 10년 만에 갈아치우며 역대 최악의 출발을 알린 팀으로 남게 된 것. 단체 삭발을 통한 정신력 재무장도, 이틀 전 마운드에 올랐던 선발투수를 다시 끌어다 쓰는 고육지책도 결국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화는 16일 막내구단 NC를 상대로 14경기 만에 힘겨운 연패 탈출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한화의 연패가 이어진 동안 목탁을 들고 경기장을 방문하는 팬들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승리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더불어 이에 따른 극한의 인내심을 재치 있게 표현해 낸 것. 또한 응원단장 및 치어리더의 ‘삭발 발언’이 SNS 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타 팀 팬들까지 한화의 승리를 함께 기원하는 등 연민의 시선이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스포츠계에는 이런 한화의 13연패 기록마저도 무덤덤하게 만드는 소위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특급 기량을 선보였던 그렉 콜버트의 야반도주와 함께 시작된 98-99시즌 프로농구 대구 동양(現 오리온스)의 암흑기는 그야말로 끝 모를 종착역을 향해가고 있었다. 전희철-김병철 등 핵심 선수들의 동반 군 입대로 국내 선수층은 초라할 만큼 얇았고, 콜버트를 대신해 합류한 자바리 마일스와 기존의 용병 존 다지의 기량은 ‘식물 선수’라는 놀림을 받았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결국 1998년 11월24일부터 이듬해 2월24일까지 동양은 무려 32번을 내리 패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프로스포츠 연패 기록으로 손꼽힌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조차도 NFL 탬파베이 벅스(1976-1977)와 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2010-2011)의 26연패가 한 시즌 최다 기록일 뿐이다. 그만큼 동양의 32연패는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사진=KBL>

98일째 되던 2월28일 동양이 마침내 광주 나산을 꺾고 연패에서 벗어나자 당시 경기가 열린 대구실내체육관은 우승이라도 거둔 것 같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모처럼의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한 박광호 감독, 눈물로 서로를 얼싸안은 선수단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농구 팬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는 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끔찍한 악몽을 겪어야 했던 동양 앞에서 한화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프로스포츠 팀들의 최다 연패 기록은 섣불리 명함조차 내밀기도 어렵다. 그나마 이에 가장 근접한 팀은 남자 프로배구단의 KEPCO다. KEPCO는 지난 2008-2009시즌에만 25연패를 당한 것을 비롯해 그 이전 시즌을 반영할 경우 27연패를 기록, 아직까지도 프로배구 사상 최다 연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공정배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상황에서 KEPCO는 차승훈 감독 대행 체제의 첫 경기부터 연패 행진을 끊어내며 한숨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KEPCO는 2012-2013시즌 또다시 25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지만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무려 119일 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리면서 기간으로는 동양(98일)의 아성마저도 무너뜨렸고, 시즌 최종 성적 역시 2승28패를 기록, 동양이 당시 기록했던 승률(3승42패, 0.067)과 동률을 이뤘다.


이 밖에 프로축구에서는 1994년 전북 버팔로가 10연패 늪에 빠지면서 현재까지도 역대 최다연패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승부 경기가 존재하고, 득점이 자주 나지 않는 종목의 특성상 농구 및 배구의 연패 기록과 견주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야구의 경우에는 삼미 슈퍼스타즈가 지난 1985년 기록했던 18연패가 최다로 남아있다. 개막전에서 롯데 최동원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었지만 3월31일 첫 패배를 시작으로 이후 4월30일 MBC 청룡에게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내리 18경기를 상대에게 헌납해야 했던 것. 연패를 어렵사리 끊어냈지만 삼미는 바로 그 다음날 청보로 매각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그 어떤 강팀이라도 연패의 슬럼프는 언젠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물며 약팀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다만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법이다.
한화의 13연패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시작됐다. 즉, 올시즌 전체가 암울한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등의 여지를 만들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C를 상대로 기어이 첫 승을 신고해낸 한화가 이를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yuksamo@starnnews.com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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